심신이 지친 그대와 나를 위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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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2km를 30분간 걸었을 때 인간의 기분 중 긴장, 우울, 분노, 피로, 혼란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감소하고 지식 획득 및 사용 방법의 인지 능력은 향상되었다. 또한 안정 시에 뇌에서 발생하는 알파파가 증가하여 긍정적인 감정이 증가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감소하였다.

회복의 시간, 휴가 그리고 숲
10여 년 전 장인의 칠순을 기념하여 모든 가족이 사이판으로의 특별한 휴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찾아온 몸의 이상 증상과 이어지는 건강 악화는 해외 여행의 모든 준비를 원위치 시키려 하였다. 이상하리만큼 힘이 없고 온몸이 아팠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출장 중에 쓰러져 구급차를 타고 종합 병원으로 실려 가게 되었다. 검사상으로 이상이 없었고 특별한 처방 없이도 나아지는 듯해서 곧 퇴원했다. 그래서 계획된 휴가를 떠났지만 쉼과 회복보다는 불편한 상태로 시간만 보내고 왔다. 일상으로 돌아온 나의 몸은 여전히 힘이 없었고 여기저기 지속적으로 아팠다. 목소리라도 제대로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던 나는 힘들지만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 근처 숲을 찾았다. 숲을 걷는 동안 나의 몸과 마음은 조금씩 충전되는 듯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하지만 숲을 나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몸과 마음은 지쳐 갔다. 그러다가 다시 한번 업무 중 구급차 신세를 지게 되었고 결국 입원하게 되었다. 그때도 원인은 특별히 나오지 않았고 여전히 몸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퇴원을 했다. 30년 이상을 건강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한 내가 이렇게 무기력해진 것이 너무 슬펐다. 그래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은 포기할 수 없었고 시간만 있으면 숲을 찾아 걸었다. 숲을 걸으면 조금씩 나아지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게 중년에 겪는 갱년기인가? 혹은 심각한 질병이 오려는 전조인가? 걱정과 두려움이 몰려오던 어느 날 특별한 책임을 맡고 제주도로 발령을 받았다. 내 몸의 문제와 그곳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싫지는 않았다. 문제를 바로잡으며 일상생활을 하던 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숲을 향하고 있었다.
   그곳은 제주시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방선문 계곡 옆 숲길이었다. 이곳은 제주시에서 보기 드문 계곡이 펼쳐진 길이었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10분도 채 못 걷고 누웠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했는데 8개월쯤 되었을 때는 눕지도, 쉬지도 않고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숲에 대해서 좀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산림 치유란?
숲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산림 치유는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치유 인자(소리, 경관, 햇빛, 피톤치드, 음이온 등)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이다. 산림 치유는 질병의 치료 행위가 아닌 건강의 유지를 돕고, 면역력을 높이는 치유 활동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현대인들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더 심해질 때 새로운 건강 증진과 심신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국립산림치유원(National Center for Forest Therapy)이 각광을 받았다. 전국에 열다섯 곳이 있으며 숲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숲 해설, 숲속 야외 활동, 실내 목공 및 밸런스테라피, 수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치고 피곤한 심신이 회복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춘천, 양평, 대관령, 횡성, 예산, 풍기, 제천, 대전, 청도, 김천, 칠곡, 대운산, 장성, 곡성, 나주에 있어서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

힐링코나연구소와 힐링 숲 캠프
5년의 제주 생활을 마치면서 문제가 되었던 업무도 해결되었고 이유 없이 아팠던 몸과 마음 그리고 목소리까지 회복된 상황에서 서울로, 다시 경북 예천으로 발령을 받았다. 몸과 마음이 회복되도록 도와준 숲 치유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일생의 사명이라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이 일을 수행하기 위해 준비하였다. 우선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인 ‘힐링코나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예천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국립산림치유원에서 실시하는 ‘나눔 숲 체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2021년부터 매년 7회 이상 힐링 숲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행사 때마다 무료로 1박 2일 혹은 2박 3일 프로그램을 위해 각 지역별로 모집을 하였으나 참가자를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국립산림복지진흥원에서 50세 이상 되신 분들과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이들(장애, 약자, 소외계층)에게 매년 1회 무료로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신청도 못하고 바쁜 생계 활동으로 기회가 주어져도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매체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하여 많은 분이 ‘힐링코나연구소’를 통해 숲 체험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쉼과 치유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을 마칠 때는 모두 너무 행복해하며 다음에도 꼭 다시 참석하고 싶다고 하며 떠난다.

기쁨과 치유
숲길 2km를 30분간 걸었을 때 인간의 기분 중 긴장, 우울, 분노, 피로, 혼란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감소하고 지식 획득 및 사용 방법의 인지 능력은 향상되었다. 또한 안정 시에 뇌에서 발생하는 알파파가 증가하여 긍정적인 감정이 증가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감소하였다.
   실제로 숲과 실내에서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10주간 동일한 강도의 운동을 실행한 결과 숲에서 운동한 집단에서 혈관 질환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중성 지방과 글루코스가 감소하였으며, 동맥 경화를 예방하는 HDL-C,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효소(SOD), 면역력 향상 및 항암, 노화를 지연시키는 멜라토닌은 증가하였다.
   특히 유방암 수술 후 회복기의 환자를 대상으로 숲에서의 자유 활동과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삶의 질과 면역력이 높아졌으며 산림 치유 프로그램 실행 그룹의 호전도가 더 크게 나타났다.

제주에서의 힐링숲캠프
국립산림치유원의 나눔 숲 체험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나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 제주도에서 2023년 9월에 ‘제1회 제주힐링숲캠프’를 시작하여 2024년 4월에 2회 캠프를 실시하였으며 오는 10월 27~30일에는 제3회 캠프를 실시할 예정이다.
   제주힐링숲체험은 몸 회복, 마음 회복, 관계 회복, 쉼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검은 모래로 유명한 삼양해수욕장 근처에서 숙박하며 편백나무 숲 아래에서 몸을 회복시키고, 송이길을 걸으며 평소에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게 하였다. 특별히 참가자를 위한 음악회를 준비하여 마음에 감동과 용기를 주는 시간들은 관계를 회복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쉼을 통해 무너진 부분을 회복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일은 누군가를 위해 배려하며 준비하여 기쁨과 감동을 갖게 해 줌으로 오히려 준비한 우리가 더 큰 힐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상생하며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치유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사는 동안 쉼이 필요하다. 올해는 그냥 넘기지 말고 바쁘고 복잡한 곳을 벗어나 쉼과 여유 그리고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 휴가를 다녀오길 바란다. 힐링을 목적으로 자연으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을 같이하는 편안한 동료 몇 가정이 어울려서 순서와 놀이를 통해 힐링과 잊지 못할 추억의 시간을 만들어 보자.

박권수
힐링코나연구소 대표

2024년 가정과 건강 7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