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데를 물리치려 물리 치료를?
하루는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이 찾아와 재활을 돕는 물리 치료사가 되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밝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하던 학생들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까지도 기분 좋게 할 만큼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학생들과 기분 좋게 마주 앉아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가벼운 농담을 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상담에 앞서 학생들에게 “왜 물리치료사가 되려고 하니?”라고 물었다. 그때 한 학생이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사람들의 아픈 곳을 ‘물리 치려[료]’고요!”라고 재치 있게 대답했다. 그 순간 모두가 크게 웃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학생의 대답은 꽤 괜찮았다. ‘물리 치료’에 대한 애정과 함께 그 핵심을 유쾌하게 잘 표현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재활을 위한 과정에서 물리 치료의 비중은 참으로 크다. 아니 물리 치료는 성공적인 재활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하지만 여전히 물리 치료가 대중에게 잘못 혹은 왜곡된 형태로 소개되는 경우가 흔하다. 대한민국 대표 포털 사이트에서 ‘물리 치료’를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여러 가지 물리적 요소 즉 예를 들면 열, 광선, 전기, 초음파, 치료자의 손이나 기계적인 힘, 중력 및 운동 등을 이용하여 통증을 완화하거나 조직의 치유를 촉진하고 신체의 움직임을 향상하는 치료.” 틀린 설명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물리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인 ‘재활’보다 물리 치료에 활용되는 행위가 물리 치료의 본질을 결정하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다. 그래서 ‘물리 치료’라는 표현 자체를 재고해 보고자 한다.
Physical Therapy의 개념 재정립
물리 치료는 ‘Physical Therapy’ 또는 ‘Physiotherapy’ 라는 영문명에서 기원했다. 한국에서는 이 단어를 ‘물리적인 치료’라고 이해하고 거기에 여러 의미를 덧붙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전을 찾아보면 ‘Physical’이라는 용어는 ‘물리적인, 물질적인’이라는 뜻뿐 아니라 ‘육체의, 신체의, 몸의’라는 의미도 있다. 영어 ‘Physical Therapy’는 ‘물리적인 치료’가 아니라 ‘몸의 치료’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용어이
다. 그렇기 때문에 Physical Therapy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결코 이 용어를 ‘치료에 물리적인 요소를 사용한다.’라는 설명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28개국 6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제적인 조직인 World Physiotherapy는 Physical Therapy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Physical Therapy는 일생 동안 사람이 최대한의 움직임과 기능적 능력을 발전, 유지, 회복하는 것을 도와주는 치료적 서비스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노화, 손상, 통증, 질병, 장애, 환경적 요인 등으로 인해 움직임과 기능적 능력이 제약을 받을 때 제공된다.” 이 문장 어디에도 ‘물리적’이라는 개념은 없다. 다만 여러 요인으로 발생한 몸의 기능적 제약을 회복시키는 의료 서비스로 설명하고 있다.
Physical Therapy는 말 그대로 ‘몸의 치료’를 의미하며 사람의 ‘신체’를 위한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환자의 필요에 따라 ‘운동 치료, 도수 치료, 수 치료, 열 치료, 전기 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존재한다. 심지어 해외의 경우 주사나 침과 같은 침습적인 치료까지 포함한다. 이모든 방법을 포괄하는 이유는 각 치료가 사람의 신체 기능 증진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사용해온 ‘물리 치료’라는 용어를 갑자기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물리 치료’라는 표현이 Physical Therapy의 개념을 다 담아내지 못할 뿐 아니라 대중으로 하여금 이 치료에 대해 오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용어의 개념부터 정확히 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우리의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 발전, 회복시킬 수 있는 Physical Therapy의 치료적 서비스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환자는 대개 통증과 같은 당장의 괴로움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치료사는 통증 감소를 넘어 기능적 회복까지 고려한다. 더 나아가 치료사들은 이차적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대비책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만약 환자가 Physical Therapy를 물리적 요소를 활용한 통증 감소 방법으로만 생각한다면 그 치료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환자의 인식만 바뀌면 될까? 한국의 경우 세계 다른 나라와 다르게 치료사가 단독으로 활동할 수 없다. 그래서 물리 치료사와 협력하고 있는 의사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환자들이 누려야 할 최대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Physical Therapy에 대한 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처방자로서 책임감 있고 상호 협력적인 관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기를 소망한다.
처방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치료는 전문(물리) 치료사에게
때로는 Physical Therapy를 전문적으로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이 치료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 도수 치료나 운동 치료와 같은 치료적 행위가 비전문가들에 의해 행해지는 사례를 종종 본다. 그들의 봉사 정신이나 치료에 대한 애정은 존중하고 싶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우선 불법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 의사에게 들려진 칼은 생명을 살리는 메스가 될 수 있지만, 소위 돌팔이에게 들려진 칼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 가는 흉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지식없이 단편적인 기술만으로 이루어지는 치료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종종 그로 인해 환자의 신체 움직임과 기능을 망가뜨리고 이차적 손상까지 초래한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제공한 행위라 할지라도 전문적으로 훈련받고 적법한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면 치료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를 묵인하거나 용납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환자 자신이 비전문가들에게 몸을 맡기지 않아야 한다.
Physical Therapy는 인생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건강 문제 속에서 신체 건강을 증진하고,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자, 보호자, 의료인 그리고 치료사 본인들까지도 이 치료에 대한 왜곡된 이해로 제한된 유익만 얻고 있는것은 아닌지 재고하였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필자를 포함하여 모든 치료사는 환자의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는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더욱 정진해야 할 것이다. 재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Physical Therapy 서비스가 환자들에게 충분히 활용되어 최대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필자는 영국 버밍엄 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에서 재활 시 움직임의 신경학적 관계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재활과학 박사이다. 그는 전문 물리 치료사로서 수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재활, 생체 역학, 뇌 과학, 신경 과학, 심리학 등의 영역을 포괄하는 연구를 하고있다. 현재 버밍엄 대학교에서 박사 후 과정(post-doc)을 이수하고 연구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김진민
영국 버밍엄 대학교 재활 과학 박사 및 연구 교수
가정과 건강 10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