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휴일 근무를 강요받던 개신교인 근로자에 대한 하급 법원의 판결을 기각했다.
미국 대법원은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29일 개신교 신자이자 우체국 직원이었던 제랄드 그로프 대 루이스 데조이 사건에 대한 순회법원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카운티에 거주하는 그로프 씨는 2012년부터 USPS(US Postal Service) 소속 쿼리빌우체국에서 약 7년 동안 운송직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이듬해 USPS가 대규모 소매 및 유통기업인 아마존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의 삶은 급변했다. 신실한 기독교인인 그로프 씨는 일요일 예배를 온전히 준수하길 원했지만, 회사 측은 우편물을 배송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그로프 씨는 일요일에 일하지 않고 종교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것을 호소했지만, USPS는 고용주가 최소한의 어려움만 겪도록 요구한 트랜스 월드 항공사 대 하디슨(Trans World Airlines, Inc. v Hardison)의 1977년 선례를 인용하면서 그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는 근무 면제가 회사에 ‘과도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며 트랜스 월드 항공사의 손을 들어준 고등법원 판결. 그러나 노동계 현장에서는 관련 판례에서 언급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문항이 고용주가 근로자의 종교적 편의를 거부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데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동료들과의 관계에 긴장이 발생하고, 징계 위기에 처하는 등 어려움에 직면한 그로프 씨는 종교를 이유로 직원을 차별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연방법에 근거해 평등고용기회위원회에 사안을 제소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예배 후 출근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정하겠다는 등 소극적 대처에 그치며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그로프 씨는 결국 2019년 직장을 그만뒀다. 사직서에서 그는 “USPS에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는 편안한 고용 분위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휴일 근무 또는 그 이유로 사직을 요구하는 것은 1964년 제정한 민권법 제7조는 ‘직장 내 종교자유 보호’를 위한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미국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이 업무와 상충하는 근로자에 대한 법적 보호 강화 필요성을 인정하며 만장일치로 그로프 씨의 승소를 결정했다.
법원은 의견서에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고용주는 어려움이 ‘과도한’ 경우에만 방어할 수 있다. 특정 종교, 일반 종교 또는 종교 관행을 수용한다는 개념 자체에 대한 직원의 적대감으로 인한 어려움은 ‘과도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민권법 7조는 고용주가 단순히 특정 가능한 조정 또는 조정의 합리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종교 활동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앞서 5월 선고한 제3순회법원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패티 슈워츠 순회판사를 비롯한 재판부는 당시 그로프 씨의 요청을 수용하면 동료에게 업무 부담이 과중하고, 작업흐름을 방해해 직원 사기를 떨어뜨리는 등 USPS에 ‘과도한 어려움이 초래될 것’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봤다.
법률대리인 애론 스트리트 변호사는 “그로프 씨의 신앙을 존중하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는 회사 측의 주장은 잘못됐다. 근로자가 고용주와 하나님을 모두 섬길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고용주가 사업 수행에 대한 과도한 어려움 없이 종교적 관행을 수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법원의 결정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