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사회학 교수 레베카 애덤스는 아무리 바쁘고 세련되게 변해도 우정을 쌓기 위한 기본 조건은 근접성, 정기적인 만남 그리고 서로 간의 신뢰라고 말한다.
사회의 구성원이자 성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과 직장에서의 압박은 우리를 친밀한 관계에서 멀어지게 한다. 오랜 친구들과의 관계는 단절되고 새로운 관계도 소홀히 하다 보면 우리는 결국 스스로 세운 외로움의 벽에 갇히게 된다.
엠마 베딩턴이 1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를 반겨 줄 친구는 없었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다시 만나고 싶었지만 이사할 때마다 모든 관계를 끊어 버리던 잘못된 습관 때문에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
오랜 우정을 쌓아야 하는 이유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잃어버린 친구를 대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오랜 친구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친구도 오랜 친구가 될 수 있지만 그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가능하다.
35세에 결혼을 앞둔 맥스는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때 매우 가까웠지만 5년 전 멀어진 친구의 집 앞에 섰을 때 맥스는 한때 그들이 공유했던 우정에 대해 다시 얘기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옥스퍼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랑에 빠지면 평균적으로 두 명의 친구를 잃게 되는데 그 이유는 친구와의 관계에 더 이상 시간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학자 로버트 던바 교수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면 정서적 몰입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맥스에게 매우 익숙한 경험이며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웨스트민스터대학교의 데미안 리지 교수는 “남성들 사이에서 외로움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많은 30대 남성이 이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리지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남성들이 종종 정서적으로 고립감을 느낀다고 언급한다. 맥스와 같은 상황에 처한 남성들에게 그는 건강한 결혼 생활을 위해 노력하듯 우정도 꾸준히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우정을 쌓을 때 알아야 할 것들
뉴욕대학교 의과 대학의 정신과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아이린 레바인은 성인이 되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정의 규칙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친구 사귀기가 훨씬 쉽습니다. 다섯 살 아이는 ‘너 그네 좋아해? 나도 좋아해. 우리 친구하자!’라고 말하면서 쉽게 친구가 되죠.”
로버트 던바는 성인이 되면 최대 약 150개의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숫자는 친밀도에 따라 더 작은 그룹으로 나뉜다. 인류학자에 따르면 이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매주 만나는 4-5명이 있는데 이들은 우리의 비밀을 공유하고 위기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다음은 매달 만나는 약 15-20명으로 이들은 ‘동정 그룹’이라고 불리며 그들의 죽음은 우리에게 슬픔을 주고 빈자리를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는 가끔 만나는 지인들로 공항에서 인사하거나 편하게 소액을 빌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사회적 네트워크는 25세부터 40대 중반까지 점차 줄어들고, 이후 10년 동안 안정되다가 55세 이후 다시 감소한다. 이러한 관계의 변화를 이해하면 청소년 시절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관계를 맺고, 성인이 되어서도 평생 동안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새로운 우정을 쌓을 때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1968년 연구에 따르면 사람을 더 자주 만날수록 그 사람을 더 호의적으로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기적인 만남은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연구에 따르면 반드시 비슷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이후에 비슷한 태도를 발전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 규칙은 이미 형성된 관계에도 적용된다. 1994년, 오하이오대학교의 연구원 윌리엄 롤린스는 중년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만날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그러나 롤린스는 이러한 만남이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사회학 교수 레베카 애덤스는 아무리 바쁘고 세련되게 변해도 우정을 쌓기 위한 기본 조건은 근접성, 정기적인 만남 그리고 서로 간의 신뢰라고 말한다. 이는 약 70년 전 사회학자들이 제시한 원리와 동일하다.
이들은 우리의 행복이 사회적 지원의 질과 깊이 연관되어 있으므로, 친밀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관리할 자원이 부족한 경우, 많은 우정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두세 개의 중요한 관계에 집중 투자할 것을 권장한다.
친구 관계는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선물이지만 모든 사람이 여러 긴밀한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리 치료사 마크 버논은 단 한 명의 친구만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친구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다.
카르멘 엘 아이우
루마니아 『시조』 편집장
가정과 건강 12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