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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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시간을 버는 일이다. 속지 말자. 바쁨은 언제나 과대평가되어 있다. 사람들은 바빠 보이고 싶어 하면서도 사실은 너무나 고단하다. 일 잘하는 사람일수록 휴식 시간을 소중하게 관리한다. 휴식은 최상의 성과와 행복감을 불러오는 자기 돌봄의 기술이자 삶의 필수 요소이다.

휴식 결핍 시대
현대인은 휴식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휴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야말로 이번 특집 기사를 다루어야 할 중대한 이유이다. ‘휴식 테스트’라는 연구를 했다. 135개국에 살고 있는 1만 8천여 명이 참여했다. 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가장 중요한 점은 많은 사람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는 그 자체다. 응답자 가운데 3분의 2는 휴식이 모자라다며 휴식이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매일 평균 10분 정도 휴식 시간이 적었다. 돌봄 책임을 맡은 이들은 더 적었다. 그런데 남녀를 막론하고, 교대 근무를 하건 정규직 종사자이건 휴식 시간이 가장 짧다고 느낀 층은 청년층이다.
   이 결과는 청년층일수록 생존 압박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고 있으며 이를 감당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의미다. 요즘 같은 시기에 20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대학 입시와 취업 경쟁이 극심한 데다 사는 지역에 따라 치솟는 집값 때문에 영영 떠돌이 세입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감하면서 살 확률이 높을 테니 말이다. 현재의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살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 노년 세대가 누리는 후한 연금 혜택조차 기대할 수 없다.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등 기성세대들도 밀레니얼 세대가 느끼는 스트레스와 관련해서 나름의 압박에 시달린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러한 압박을 노골적으로 털어놓기라도 한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밀려드는 업무와 스트레스를 그대로 안고 산다. 현대의 노동 관행과 생활 양식에 첨단 기술까지 결합해 우리의 삶은 끝없는 부담이 되어 버렸다. 영리한 스마트폰 덕에 현대인은 항상 통화 대기 상태이며, 휴식 시간이 되어도 누가 언제든 휴식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우리는 더 쉬고 싶고, 더 쉴 수 있고, 아마 생각보다 더 쉬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클라우디아 해먼드가 쓴 『잘 쉬는 기술』을 통해서 잘 쉬는 기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법 7가지
7위 목욕이라는 따뜻한 쉼
목욕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휴식이다. 휴식이 무슨 뜻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사람들이 했던 대답을 돌이켜 보면 이들이 목욕이라는 경험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자유롭다, 충만하다, 따뜻하다, 원기를 회복한다, 기분 좋다. 시원하다, 정화된 느낌이다, 치유 효과가 있다.” 이런 표현이 가능한 이유는 욕실 특히 욕조에 있는 동안만큼은 집과 그 주변에서 해야 할 모든 일로부터 차단되기 때문이다. ‘메일 써야 하는데, 지금은 말고. 다림질할 옷이 많은데, 나중에 하지 뭐.’ 욕조는 전화기나 노트북을 갖고 들어가지 않는 유일한 집 안 장소일 것이다.

6위 산책의 확실한 보상
경험한 것처럼 산책에는 힘이 든다. 일단 다리를 쓴다. 하지만 분명하게도 책상에 앉아만 있는 것이 더 힘들다. 다리를 쓰지 않는 데도 말이다. 왜일까? 사람들은 노력과 에너지가 드는 산책을 휴식과 정반대라고들 여기곤 한다. 그럼에도 산책을 편안한 휴식으로 느끼게 만드는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요인이 있다. 그것이 산책이 주는 보상이다. 걸을 때는 죄책감 없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걷기 덕택에 사유를 할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잡념에 잠겨 즐거움을 만끽할 수도 있다.

5위 아무것도 안 하기
휴식으로써 아무것도 안 하기는 가장 순수한 형태이다. 이보다 더 휴식을 주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가 보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휴식을 위한 인기 있는 방법이라 해도 많은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기를 배울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아주 짧은 잠깐의 휴식만으로도 좋다. 그저 사무실 의자에 앉아 몸을 뒤로 젖히고 몇 초라도 두 눈을 감는 것, 일을 잠시 멈추고 남의 농담에 끼어드는 것, 혹은 잠깐만이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짧지만 더 순수한 형태의 휴식이니까 말이다. 많은 연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이 짧은 휴식조차도 원기 회복 전략으로 충분하다.

4위 음악을 듣는 기쁨
안나 프로이트 센터(Anna Freud Centre)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음악 감상은 25세 미만인 사람들이 활용하는 가장 흔한 자기 돌봄 전략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그 나이의 두 배 이상인 사람들 또한 음악의 치유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증거도 얼마든지 있다. 당연하지만 유의할 점 하나가 있다. 음악이 휴식으로 느껴지기를 바란다면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하라. 음악 취향은 풍경에 대한 선호보다 훨씬 다채롭다. 결론적으로 휴식에 도움을 받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면 중요한 것은 혼자서 듣느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듣는냐라기보다는 올바른 상황과 올바른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3위 혼자 있는 시간의 힘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특별한 이유는 이런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고립은 심각한 정체성 상실을 초래한다. 하지만 짧은 기간의 자발적인 고립은 온건하면서도 이로운 종류의 자아 상실을 불러온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때의 장점은 타인들이 나의 정체성을 강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떠도는 생각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진실한 생각을 살필 수 있다. 또한 타인들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자신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2위 자연에서 얻는 회복력
많은 사람이 자연에서 뭔가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연이 휴식이 된다는 것 특히 기분이 안 좋을 때 더욱 그렇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다. 동양에서는 숲에서 보내는 시간의 이로움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삼림욕’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을 ‘치유’의 시간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울증에 걸렸을 때 시골과 같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쉬라고 조언을 받기도 한다. 어쨌거나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은 우리를 한 발 뒤로 물러나게 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몸과 마음이 고요함과 평안으로 보상받는다.

1위 책을 읽는 시간
독서가 잘 쉬는 기술의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놀랍다. 가장 즐거운 활동이 아니라 휴식의 방법으로서 1위라니 말이다. 독서는 수동적 취미가 아니라 꽤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활동이다. 물론 달리기나 산책보다는 편안한 소파에 앉아 읽을 수 있기는 하다. 그래도 독서는 다양한 층위의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읽어야 한다. 그리고 단어와 문장 속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앞 이야기와 뒷이야기를 연결해야 하고 기억하며 파고들어야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자기 전에 책을 읽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독서가 마음을 고요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기 전 텔레비전을 보는 것과 독서를 하는 것의 행위가 수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비교 연구(영국 시민 5천 명)를 했다. 결과는 텔레비전을 본 사람의 38%가 숙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고, 반면 독서를 했던 사람은 39%가 숙면을 취했다고 응답했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여러분은 가장 휴식이 되는 일 1위를 마친 것이기도 하다.

휴식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시간을 버는 일이다. 속지 말자. 바쁨은 언제나 과대평가되어 있다. 사람들은 바빠 보이고 싶어 하면서도 사실은 너무나 고단하다. 일 잘하는 사람일수록 휴식 시간을 소중하게 관리한다. 휴식은 최상의 성과와 행복감을 불러오는 자기 돌봄의 기술이자 삶의 필수 요소이다.

1. 특집과 관련된 한 권의 책을 선택하여 핵심 부분을 요약 정리했다. 더 자세한 ‘잘 쉬는 기술’을 알기 원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2. 원래는 잘 쉬는 기술 10가지이다. 지면 관계상 7가지로 줄였다.

가정과 건강 9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