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이진 집사 “승소 예상 못했지만…”

1266

임이진 집사는 “현실적으로 매우 높은 산이었던 사안에 승소 판결을 얻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림교인으로서 세상 속에서 안식일 성수의 신념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데에는 참 많은 장벽이 있고, 법학전문대학원 면접시험은 그중 하나입니다. 개인이 그 장벽을 허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이렇게 소송을 통해서라도 이 문제를 공론화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잘 해결될 경우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고 소송에 임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6월, 1심 2차 변론을 앞두고 <재림마을 뉴스센터>와 나눈 인터뷰에서 ‘자신이 입학할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는 물음에 임이진 집사가 했던 답변이다.

그는 소송을 결심한 날부터 고등법원 승소 소식을 들은 순간까지 남모르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이 사안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니,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청년과 학생을 비롯한 재림성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처음에는 부담과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나 개인의 문제로만 한정되지 않는 여러 의미를 내포한 문제인 만큼 모든 과정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곁에는 많은 ‘돕는 손’이 있었다. 그러나 광야 같은 법정에 서서 ‘바람’에 맞서야 하는 건 온전히 그 자신의 몫이었다. 맨 앞에 서서 흔들리거나 포기하지 않아야 했다. ‘재판부가 나의 입장에 조금이라도 더 귀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속으로 삭여야 했고, 상대측 관계자들의 빈정 섞인 조소(嘲笑)를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이겼다. 스스로도 소심한 사람이라고 고백할 만큼 ‘소년 다윗’처럼 작고 여린 그가 ‘골리앗’처럼 거대하게 느껴졌던 학교를 믿음으로 이겼다. 그는 “감히 혼자는 시작도 못했을 여정에 든든한 분들이 함께여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그간 도움을 준 관계자들에게 공(功)을 돌렸다. 임이진 집사가 판결 직후 <재림마을 뉴스센터>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 고등법원 승소 소감은?
–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얼떨떨합니다.

▲ 판결 소식은 언제, 어떻게 들었나?
–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수업 중이라 신명철 변호사님 전화가 왔지만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이 아닌 두 번의 부재 중 전화가 찍힌 걸 보고 승소를 예감했고, 수업 후에 변호사님께 판결 소식을 들었습니다.

▲ 당시 심정은?
– 역시나 얼떨떨하면서 벅차고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 승소를 예상했나?
– 솔직히 예상하진 못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성경 말씀을 보고 기도할 때, 평안한 마음이 들긴 했는데 승소를 예감해서 그런 건 아니었거든요.

▲ 고마운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 우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신명철 변호사님과 박성호 변호사님 등 변호인단과 한국연합회 종교자유부(부장 최윤호) 그리고 종교자유와 기회평등을 위한 모임(대표 강기훈) 등 소송의 모든 과정에 함께 해주시고, 힘써주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마음 모아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전국의 교회와 성도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응원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격려해주신 부모님과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사실, 이번 승소에 대한 축하는 제가 받을 게 아니라 이 일을 위해 애써주신 분들, 전심으로 기도해 주신 모든 분, 특히 안식일 입학시험으로 인해 고심했을 모든 성도들이 함께 나눠야 할 희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소송 과정 중 제일 힘들었던 때는?
– 많은 분의 노고가 깃든 이 모든 과정이 아무 소득 없이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회의감과 무력감이 들 때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누군가에게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또 무심코 들은 설교 말씀이 의미를 되새기고, 마음을 돌이키게 해주기도 했어요.

▲ 개인적으로 이번 판결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 학교 측이 상고를 하게 된다면 대법원까지 가겠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매우 높은 산이었던 이 사안에 대한 승소 판결을 얻게 돼 감회가 남다릅니다.

최근 승소 사례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종교적 신념 수호에 대한 문제는 늘 지난하고 처절한 투쟁을 수반해 왔고, 입학시험에서의 종교적 배려를 요청하는 문제 또한 현실적으로 승소를 기대하기 힘든 사안이었습니다. 믿음이 약한 인간의 눈엔 높아 보이기만 했던 그 모든 상황을 역전시켜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 물론, 아직 헤쳐가야 할 일이 많지만 ‘공익·인권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에 한 발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 사실 소송을 시작할 때부터 제 개인적 꿈이나 입학을 위해 참여한 건 아니었습니다. 이제 하나님이 등을 떠미신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한 나서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법조인의 꿈은 접은 상태였죠. 그저 제 사례를 통해 좋은 선례를 만들어 안식일을 지키는 데 있어서 저처럼 어려움을 겪는 일을 없애겠다는 대의를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승소 판결을 받고 보니 마음이 복잡합니다.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신은 서지 않지만, 기도하면서 하나님 뜻을 구하려 합니다.

끝으로, 지금까지 기도로 또한 위임장 등으로 큰 힘을 보태주신 모든 분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사안뿐 아니라 마지막 때에 우리 재림성도들의 믿음을 하늘까지 지켜가는 일을 위해 계속해서 기도해 주세요. 이 땅에서 우리의 바람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에도 믿음을 잃지 않고 되려 더 굳건히 서길,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 섭리가 우리 각자를 통해 이뤄지게 되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