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적절한 집밥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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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갖는 본연의 목적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나의 생존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려니와 음식이야말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결정적인 요인이기에 ‘무엇을 먹을까?’에 대해 고민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2016년 ‘집밥’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되었다. 과거에는 밥이란 으레 집에서 먹는 것이라 구태여 집밥이라는 개념조차도 필요없었지만 현대 사회에 외식이 일상화되면서 오히려 집밥이 식문화의 특별한 영역이 된 결과일 것이다. 아무리 밖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하더라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에 대한 물음은 매일같이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다. 먹고사는 게 힘들었던 ‘삼순구식(三旬九食)’ 시절에는 이러한 고민조차 사치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먹거리가 넘쳐 나는 시대에 매일 이 숙제를 풀어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오늘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무엇을 먹어야 하나’에 대한 물음 이전에 음식은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에 의하면 인간의 욕구는 5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다음 상위 단계의 욕구가 생겨난다고 한다. 가장 하위 욕구에해당하는 것이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다. 즉 생명 유지를 위해 배고픔이 해결되어야 인간은 안전의 욕구를 비롯하여 애정의 욕구, 소속의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것은 현대인에게도 당연한 일이다. 이 당연한 욕구가 없다면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그렇듯이 나 역시도 ‘뭘 먹을까’ 고민할 때 자연스럽게 ‘뭐 맛있는 거 없을까?’ 하고 여러 음식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런데 이 맛에 대한 감각이 주변 환경에 쉽게 길들여지기도 한다. 분명 우리가 먹는 음식이라는 것에도 유행이 있다. 현대인의 미각은 식품 산업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음식 문화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매체에 나오는 수많은 먹방 또는 맛집 찾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사회적으로 길들여진 맛이 ‘맛있는’ 음식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무의식적으로 설득당하는 맛이 아닌 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맛있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나를 존중하는 일이며, 고민의 시작인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건강과 관련이 있다. 건강은 먹거리 선택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내 몸을 구성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내가 먹고 마시는 음식과 숨 쉬는 공기에서 오기 때문에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나(I am what I eat.).’라는 말은 흔한 말이 되었다. 음식이 갖는 본연의 목적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나의 생존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려니와 음식이야말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결정적인 요인이기에 ‘무엇을 먹을까?’에 대해 고민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맛과 건강이라는 이유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면 본격적으로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실제적인 답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시의적절(時宜適切)’이라는 말이 이 물음에 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시의’는 계절의 변화로 자연의 시간과 그 자연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시간이다. ‘때에 맞게 마땅한 음식’이 오늘 내가 먹을 음식이 되었으면 한다. 모든 식재료는 제철에 이르러서야 제맛이 나고 좋은 영양을 품기 마련이다. 자연의 속도로 자라 본연의 양양을 가진 음식은 힘을 나게 하며, 사람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시의적절한 음식에 내가 추구하는 맛과 건강이 깃들여져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답이 될 것이다.

코로나가 벌써 2년 넘게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누군가의 정성과 온기가 가득 담긴 음식으로 나의 면역력도 높이고, 힘든 삶에 대해 위로도 얻는 ‘시의적절’한 집밥을 먹는 것으로 오늘의 숙제를 해결해 보면 어떨까?

정재희
중앙대학교 동 대학원에서 식품 공학을 전공하였다. 졸업 후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 식품과 꽃차 및 한방 약차를 연구하고 있다.

가정과 건강 2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