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 아침. 교회로 향하는 성도들의 발걸음에 한동안 시선이 머문다. 유독 어린이와 청소년이 눈에 많이 띈다. 엄마손을 잡은 아이, 아빠 어깨 위에 무등을 탄 꼬마, 패스파인더 제복을 갖춰 입고 의젓하게 인사하는 학생, 한 손에 악기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는 꼬마숙녀 그리고 일주일 만에 만난 친구가 얼마나 반가운지 얼싸안고 껑충껑충 뛰는 개구장이까지. 교회 마당이 시끌벅적하다. 게다가 주차장에서 내리는 자동차마다 아이들이 적어도 두셋은 타 있다. 출석 교인의 1/3 이상이 어린이, 학생, 청년으로 이뤄진 교회라더니 과연 소문대로다.
동중한합회 남원주교회(담임목사 이영섭)에서 매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교회는 1980년 원주삼육학교교회 교직원 중심으로 예배를 드리기 위한 모임으로 시작했다. 전신인 원주일산교회가 1981년 정식으로 조직되면서 본격적으로 지역선교 사역을 펼쳤다. 2005년 김일환 목사가 부임한 후 성전건축을 결의해 현재의 위치에 터를 잡았다. 2007년 새 성전을 완공한 후 원주일산교회에서 ‘남원주교회’로 문패를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전부지를 마련할 당시만 해도 교회의 위치는 원주시 외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원주역이 인근으로 이전하고, 주변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지역선교의 교두보로 떠올랐다. 특히 인근에 원주삼육초.중.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어 여러 해전부터 어린이 및 학생 사역에 큰 비전을 품었다.
무엇보다 각부 사업비 중 절반을 ‘다음 세대’ 사역을 위해 사용한다는 점이 다른 교회와 차별화되는 두드러진 특징이다. 게다가 모든 성도가 월정헌금 외에 ‘미래세대 양성헌금’이라는 특별목적헌금을 구별해 드리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1000만 원가량의 예산을 별도 편성한다. 이러한 과감한 투자는 인구 소멸 우려와 함께 어린이와 청소년 선교가 위축되는 시기에도 관련 사역의 부흥으로 이어졌다.
일찍부터 이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놀라운 것은 단순히 재정적 뒷받침에 그치거나 몇 명의 교사에게 맡겨두지 않고, 모든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녀들이 장성해 출가한 원로장로나 집사들도 선뜻 팔을 걷고 돕는다. 선교반에서 식사를 제공하거나 각 가정으로 초청해 교제를 나누는 일은 흔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어린이나 패스파인더에 비해 학생반은 저녁 늦게까지 순서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각자 돌아가면서 준비합니다. 선교반에서도 조금씩 돈을 모아 학생반을 위해 사용하죠. 직접 연관이 없는 어르신들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함께 음식을 나누는 등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뜻 평범한 활동 같지만, 이 모두 미래세대가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고, ‘내가 이 교회의 주인’이라는 마음을 품게 하는 마중물이 된다. 누군가 앞장서서 사명을 불어넣으려 애썼다기보다 서로가 사역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문득, 이 같은 사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교회는 어떻게 노력했을까 궁금했다. 특히 목회자가 성도들에게 그 중요성을 어떻게 인식시켰을지 묻고 싶었다.
이영섭 목사는 “목회부가 어떤 일을 했다기보다 오히려 성도들의 열심에 보조를 맞추는 정도였다.”며 빙그레 웃었다. 이 목사는 “자녀들이 신앙 안에서 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모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됐다.”면서 그것이 남원주교회 ‘다음 세대’ 사역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무언가 특별한 프로젝트를 가동해서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기보다 모든 부모가 교사로 참여하고 봉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실을 맺었다는 말로 들렸다.
이런 노력은 세대 간 유기적 연합으로 이어졌다. 세대 사이의 벽을 허물고, 어린 자녀들이 장차 교회의 일꾼으로 자라나도록 연결하는 고리가 됐다. 부모와 자녀가 영적으로 하나되는 시너지 효과로 나타났다. 대견하게도 아이들은 교회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 스스럼없이 팔을 걷었다. 마치 ‘모든 성도가 사역하는 교회’라는 표어를 세대별로 보여주는 듯했다.
청년이 학생을 가르치고, 학생은 어린이를 위한 교사로 일하며 ‘다음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봉사하는 신앙의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 장년들은 틈틈이 청년들과 활동을 같이하고, 청년들은 정기적으로 학생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안식일마다 청년과 학생들이 함께 마이크를 잡고 경배와 찬양을 인도하며, 성경학교에서는 보조교사로 일손을 돕는다. 평소에도 대화와 교류를 나누는 등 신뢰를 주고받는 든든한 선.후배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이제 봉사와 참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선배들의 모습이 ‘실물교훈’이 된 셈이다.
남원주교회의 ‘다음 세대’ 사역은 어떤 특별한 계기에서 시작한 사업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자녀들이 재림신앙을 귀하게 여기고, 잘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한때는 이 교회도 여느 곳과 다르지 않게 헌신한 소수의 교사만 아이들을 지도하고, 다른 부모는 교사에게 역할을 맡긴 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군가가 좋은 교사가 되어 내 아이를 맡아주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나서 사역에 참여하고 협력한다. 이런 분위기가 정착되자 초신자나 구도자 등 새롭게 교회를 찾는 이들도 손님처럼 소극적으로 머물러있지 않고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원주교회는 어떻게 이렇게 ‘다음 세대’ 사역에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을까.
■ <재림신문>과 <교회지남>은 교회 탐방 시리즈를 공동 연재합니다. <재림신문>은 선교가 실제 이뤄지는 현장을 생생한 스케치 기사로 전달하고, <교회지남>은 이러한 사례를 다른 교회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다음 세대’ 선교의 부흥을 이뤄가며 재림신앙 전승의 고리를 이어가는 동중한합회 남원주교회 이야기는 <교회지남> 5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