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수요일 예수바라기] 여리고 성: 한 이스라엘 사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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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백성은 외치고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매 백성이 나팔 소리를 들을 때에 크게 소리 질러 외치니 성벽이 무너져 내린지라”(수 6:20).

여리고 성 공격 첫날에

저는 오늘 여호수아의 말을 들었습니다. 이제부터 여리고 성을 쳐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한참 긴장하였습니다. 유다 지파인 저는 이스라엘 군대의 맨 앞에 섰습니다. 그런데 성을 공격할 때 필요한, 성벽을 타고 올라갈 기구가 없었습니다. 성벽의 높이는 한 4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데, 아주 높지는 않아도 맨몸으로 올라가기에는 정말 무리였습니다.

그런데 성으로 돌격하지는 않았습니다.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여리고 성을 그저 돌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한 3, 4킬로미터 정도 둘레이기에, 완전무장을 해서 힘들기는 하지만, 건장한 청년인 저는 한 시간이면 돌 수 있었습니다. 성을 무작정 공격하지는 않아서 좋기는 한데, 성을 무작정 돌라는 말씀도 뭔가, 의아하기는 했습니다.

일곱째 날에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완전무장을 하고 성을 일곱바퀴, 그러니까 적어도 여섯, 일곱 시간은 걸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아마도 근래 안식일에 이렇게 바쁘고 많이 걸었던 날은 제 인생에서 처음일 것입니다. 묘한 긴장감을 가지고 침묵 속에서 힘든 길을 걸어갔습니다.

침묵 속에 여러 생각을 하였습니다. ‘왜 하나님은 능력이 많으신 분인데 우리보고 성을 이렇게 돌게 하실까?, 도대체 이런 일을 하시면서 나에게, 우리 이스라엘에게 무엇을 보여주시기를 바라시는 것이지?’ 솔직히 지금까지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정답은 몰랐지만, 저희는 일곱째 날 일곱 바퀴를 다 채웠습니다. 그리고 제사장들이 나팔을 불고 여호수아가 외치라 할 때, 우리는 한 마음으로 외쳤습니다. 그러자 정말 여리고 성벽이 동시에 무너졌습니다.

그 일곱째 날, 우리는 걷기도 하고 외치기도 하며 많은 것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우리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성을 돌았다고 해서, 우리가 소리를 외쳤다고 해서 그 성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 순간에 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분은 여호와 하나님밖에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곱째 날, 그리고 그 한 주간, 저는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정말로 분명하게 보았습니다.

이번 한 주간, 주님이 말씀하시는 저의 여리고 성을 돌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