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목요일 예수바라기] 너를 그들에게로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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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형들이 세겜에 가서 아버지의 양 떼를 칠 때에 이스라엘이 요셉에게 이르되 네 형들이 세겜에서 양을 치지 아니하느냐 너를 그들에게로 보내리라. 요셉이 아버지에게 대답하되 내가 그리하겠나이다”(창 37:12-13)

적막강산입니다. 야곱의 집 이야기 입니다. 세겜으로 간 아들들이 아무 소식이 없으니 애가 타고 애간장이 녹아 늙은 아버지 야곱은 노년에 얻은 아들 사랑하는 요셉을 세겜으로 보낸 것입니다. 그러니, 집이 말 그대로 적막강산입니다. 하늘도 지금 적막강산입니다. 사랑하는 아들 독생자 예수를 이 땅으로 떠나보내셨으니 하늘 집은 빈 집처럼 적막하기만 합니다. 아버지의 마음도, 아들 없는 하늘 가나안 집도.

혼자 떠나보내지만 요셉은 잘 다녀올 것입니다. 총명한데다 지혜롭기까지 하니 세겜까지 무사히 잘 다녀올 것입니다. 요셉을 떠나보내고 늙은 아버지는 아들 없는 적막한 마음을 그렇게 스스로 달래고 있습니다. 헤브론에서 세겜까지 어린 아들을 혼자 보냈으니 걱정이 되긴 하지만, 늙은 아버지는 지금 사랑하는 아들이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것입니다. 애굽의 종으로 팔리게 되리라고는 꿈에서조차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래서 아버지 야곱은 ‘너를 그들에게로 보내리라’(창 37:13) 하며 사랑하는 아들을 세겜으로 그렇게 보낸 것입니다.

그런데, 하늘 아버지는 다 알고 계셨습니다. 세겜 같은 이 땅에 아들을 보내시면 결코 무사히 돌아오지 못할 것을 말입니다. 무사히 돌아오기는커녕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될 것을 아버지는 모두 다 아셨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보내십니다. 다 아시면서도, 사랑하는 아들 독생자 예수를 하늘 헤브론에서 이 땅 세겜으로 보내신 것입니다. 세겜 같은 이 땅에서 사랑하는 자녀들이 죄의 수렁에 빠져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사랑하는 자녀들이 한 사람도 예외없이 모두 죽어 멸망을 당하고 말 것이니, 다 아시면서도 아버지는 아들을 이 땅에 보내신 것입니다.

아들도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야곱의 아들 요셉은 자신이 애굽에 종으로 팔리리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지만, 하나님의 아들 예수는 다 아셨습니다. 종으로 팔리게 될 뿐만 아니라 십자가에 못박혀 죽게 될 것까지 모두 다 훤히 알고 계셨습니다.

다 아시면서도 ‘내가 그리하겠나이다’(창 37:13) 하며 이 땅에 기꺼이 오신 것입니다. 사랑 때문입니다. 사랑 때문에 기쁘게 그 일을 하는 것입니다. 다 아시면서도 ‘너를 그들에게로 보내리라’ 하시는 아버지, 다 아시면서도 ‘내가 그리하겠나이다’ 하시는 아들. 아, 사랑이시여, 나의 사랑,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