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일요일 예수바라기] 한 돌을 가져다가 베개로 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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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이 브엘세바에서 떠나 하란으로 향하여 가더니 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 곳의 한 돌을 가져다가 베개로 삼고 거기 누워 자더니”(창 28:10-11)

아버지의 축복 기도를 받고서 집을 나서긴 했지만, 마음이 한없이 무겁기만 합니다. 아버지를 속이고 하나님을 속였으니 아무리 축복 기도를 받은들 그 무거운 죄책감이 가벼워지질 않는 것입니다. 게다가 분노한 형 에서가 언제 뒤쫓아 올지 모릅니다.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온 야곱은 그렇게 죄책감과 두려움에 짓눌려 도망자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 그 밤이 벌써 이틀째 혹시라도 뒤쫓아 올지 모를 형을 피해 낮에는 단 한숨도 쉬지 않고 걸었던터라 몸은 벌써 녹초가 되었으나, 돌을 베게 삼아 누웠건만 도무지 잠이 오질 않습니다. 어쩌다 이 신세가 되었다는 말인가. 이제 의지할 분은 오직 하늘의 하나님 뿐입니다. 쏟아지는 별을 보며 야곱은 목이 메어 하나님을 부릅니다. 차마 하나님을 부를 면목조차 없으니 칠흑같이 캄캄한 밤 하늘을 우러러 눈물로 나직이 하나님을 부릅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 말씀도 없으십니다.
아무리 부르고 또 불러도 하나님은 여전히 단 한 말씀도 없으시니, 빈 들에는 차가운 밤이슬만 내리고 야곱의 밤은 그렇게 절망으로 깊어만 갑니다.
절망이 깊어가니 소망의 불빛도 점점 사그러져 갑니다. 소망이 꺼져가니 차디찬 돌베게가 눈물로 뜨겁게 젖습니다. 아, 하나님이시여. 하늘에 계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시여. 절망의 밤이 깊어만 가는 것은 이제는 형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닙니다. 일흔일곱의 나이에 도망자가 된 자신의 처량한 신세 때문도 아닙니다. 그 깊은 절망은 침묵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속인 자신의 죄가 이렇게도 무겁게 가슴을 짓누르니 하나님을 부르고 또 부르건만 아무리 불러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니, 그보다 큰 절망이 어디 또 있을까요? 자신의 그 죄가 하나님과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바다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에 야곱은 눈물로 밤을 지새는 것입니다. 침묵 속의 하나님께 눈물로 밤새 매어 달리는 것입니다. 그러다 얼핏 잠이 들었나 봅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사닥다리 하나가 보입니다. 드디어 하나님이 찾아오신 것입니다.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창 28:12-13).
밤이 아무리 깊다 해도 하나님은 그렇게 우릴 찾아오십니다. 야곱의 그 깊은 절망의 밤처럼 눈물로 자백하는 우리를 친히 찾아오십니다. 그러니, 오늘도 일어나 아버지께 갑니다. 죄의 밤이 아무리 깊고 어둡다 해도 하나님은 우리를 결코 버리지 아니하시니 일어나 눈물로 나아갑니다. 사랑하는 하늘 우리 아버지께로.

* 컨텐츠 제공 : 월간 예수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