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연 선생 삶 조명한 김영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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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작가는 신간 ‘망우리 언덕의 십자가’ 통해 의명학교 출신의 선각자 허연 선생의 발자취를 조명했다.
저서 <망우리 언덕의 십자가>를 통해 의명학교 출신의 선각자 허연 선생의 발자취를 조명한 김영식 작가.

중견작가이자 번역가 그리고 인문학자인 그는 지난 2009년 근현대 격동기 인물 60여 명의 이야기를 담은 <그와 나 사이를 걷다 - 망우리 사잇길에서 읽는 인문학>을 펴내 평단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그해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됐으며, 2018년까지 개정 3판이 출간되는 등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한국 기독교 역사의 발자취를 그린 <망우리 언덕의 십자가>는 그 연장선이다.

집필 외에도 서울시와 중랑구의 망우리공원 관련 연구 용역을 수행했으며,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 및 망우리분과위원장, 중랑구 문화예술진흥위원회, 망우역사문화공원추진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단순히 망우리공원의 지리적 정보 전달 차원을 넘어 문화적 가치와 그곳에 잠들어 있는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의 숨겨진 비화까지 발굴해 일반에 소개하고 있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3년 전부터 서울삼육고등학교의 초청으로 독서토론캠프를 진행하며 재림교회와 인연을 쌓고 있다. 이번 책에도 “의명학교는 삼육중고 및 삼육대학의 전신으로, 삼육은 지·덕·체를 육성한다는 교육이념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덕·체는 망우리공원이 가진 인문학적 요소와 비슷하다. 공원을 걸으며 몸을 단련하고 비문을 읽으며 역사를 공부하고 나아가 나라사랑과 자아성찰의 덕을 키우는 점에서 교회학교의 교육이념과 ‘망우인문학’의 목적은 일맥상통한다”고 평가했다. 허연 선생의 일대기를 발굴한 김영식 작가와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인터뷰 – 허연 선생 삶 조명한 김영식 작가

■ 허연 선생의 행적은 그동안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검색을 해도 좀처럼 자료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허연 선생을 어떻게 발굴하게 됐나.
– 아마 매일 출근해 ‘망우리’를 검색하는 사람은 전국에서 나밖에 없을 거다.(웃음) 그러던 중 우연히 허연 선생의 아들인 허달이란 분의 블로그에서 ‘아버님이 망우리에 잠들어 계신다’는 내용을 보게 됐다.

자세히 살펴보니 허연 선생은 매우 큰 업적을 남긴 분이었다. 옛날 신문기사 등 비석으로는 미처 파악할 수 없었던 자료를 검색하고, 무덤을 찾아봤다. 마침 허달 선생께서 아버지의 자료를 많이 갖고 계셔서 글을 쓰는데 참고할 수 있었다.

특히 선생께서 흥사단 단원으로 수양동우회 사건에 연루돼 1년간 복역하시는 등 독립지사로 인정받을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에도 여전히 유공자 서훈이 되지 않고 있어 아쉽다. 유족이 30여 년 전, 당시 국가보훈처에 서훈을 신청한 적이 있었지만 당국의 태도에 분개해 “이런 심사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모욕이니 받지 않겠다”고 했다는 말씀을 듣고 안타까웠다.

■ 허연 선생의 생애를 정리하면서 어떤 점을 느꼈나
– 개인적으로 역사에 이름이 크게 났느냐 그렇지않느냐는 개의치 않는다. 그들의 삶이 충분히 숭고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후세가 아직도 잘 모르는 분은 나 같은 작가들이 글을 써서 유명하게 하면 되지 않겠나. 그게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허연 선생도 마찬가지다. 그는 재림교 선교사가 운영하던 순안병원에서 사환으로 일하다 의명학교에서 공부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사이 3.1운동과 상해 임시정부, 미국 흥사단 등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해방 후에도 교육가로서 민족계몽에 앞장섰다.

그의 영문이름은 ‘Benjamin Yun Hugh’이다. 벤자민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처럼 훌륭한 인물이 되라고 순안병원의 러셀 박사가 지어줬다고 한다. 벤자민처럼 역사에 이름이 크게 남아있지는 않지만, 그의 삶과 생애가 오늘의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선생의 자료를 보면서 ‘이런 분은 내가 빨리 글을 써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뷰 – 허연 선생 삶 조명한 김영식 작가

■ 허연 선생을 비롯한 이 책에서 소개하는 크리스천들의 삶이 이 시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특히 재림교회가 현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해야 할까.
– 당시의 크리스천들은 자기만을 위한 삶이 아닌, 신앙을 통해 현실의 삶을 아름답게 살려고 노력했다. 기독교 정신을 통해 빼앗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하셨다. 독립운동을 넘어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산업화 및 민주화에 끼친 그들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교양인이라면 우리나라에서의 근대 기독교 역사는 반드시 공부해야 할 분야가 아닌가 절실히 느꼈다.

사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어서, 교파의 교리와 형식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냉철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글을 쓸 수 있었다.

안창호 선생의 말씀처럼 사랑을 잃지 말고, 실천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모습이길 바란다. 이는 비단 특정 교파나 조직에만 해당하는 게 아닐 것이다. 재림교회를 비롯한 한국의 기독교가 원칙과 초심을 잃지 않고, 나아간다면 우리 사회에 더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종교가 어떤 이념에 치우쳐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다면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끝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기독교 관계 서적이다 보니 아무래도 많은 기독교인이 읽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의치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이나 이탈리아 등 해외로 성지순례를 많이 다녀왔다. 그러나 이제는 가까이에 있는 망우리를 찾아보시길 추천한다. 한국기독교 역사도 어느덧 100년이 훌쩍 넘었다. 그래서 이제 충분히 성지가 형성됐다고 본다.

한국 교회가 자체적으로 해외선교도 하고, 선교사도 파송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우리 안에 있는 성지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망우리에 오셔서 초기 한국 기독교의 정신을 되새기고, 그 안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또 다른 의미의 ‘성지순례’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