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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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이다! 참으로 인생 전부가 여행으로 점철되어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시간과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이동하기에 여행이라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현세의 삶은 내세에서의 영원한 삶을 결정하는 시간 속의 이동이기에 여행이라 말하는 것이다!

삶 자체가 여행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곧 영·유아기로부터 노년기를 지나 삶을 마치는 순간까지 인생 여정은 실로 시간의 여행이다. 그리고 사람은 그 시간 속에서 공간의 이동과 정주를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옮겨 가며 사는 일인 여행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친숙한 일이고 본질적이기도 하며, 삶의 질과 만족도가 달라지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은 원하든지 원하지 않든지 간에 끊임없이 이동하며 이동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요구받지 않았어도 스스로 계획을 세워 길게 이동하는 여행은 교육의 일환이자 삶의 일부로써 치유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삶을 더욱 윤택하고 의미 있게 하는 방편의 하나이다.

신앙 성숙을 위한 여행
많은 종교인이 영적 성숙을 도모하는 방안의 하나로 성지 방문을 염원한다. 구약 성경에서 이스라엘 남자들은 매년 세 차례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을 방문하도록 요구받았으며, 신약 성경에서도 유월절과 오순절에 예루살렘을 방문하는 일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슬람교에서의 성지 순례는 그들의 경전인 코란에 기록되어 있는 바와 같이 신체적,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한번은 반드시 행해야 하는 모든 모슬렘의 의무 가운데 하나이다.
   성지 순례(聖地巡禮, holy land pilgrimage)라고 일반화된 용어는 “순례자가 종교적 의무를 지키거나 신의 가호와 은총을 구하기 위하여 성지 또는 본산(本山) 소재지를 차례로 찾아가 참배하는 일”이라고 정의된다. 때로 성지 여행, 성지 관광, 성지 방문, 성지 순배, 성지 탐방 또는 성지 탐사라고 표현하기도 하나 본고에서는 성경의 땅에서의 영성 제고를 위한 연수라는 의미에서 ‘성지 연수’라는 용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성지로의 초청 편지
“우리는 게네사렛 호수로 갈 것이며, 거기에서 떡 다섯개로 5,000명이 그리고 일곱 개로 4,000명이 배불리 먹은 장소들을 볼 것입니다. (중략) 또한 우리의 눈이 가버나움을 바라보면서 그토록 많은 우리 주님의 표적의 장면을 그리고 그 부근의 온 갈릴리를 내다볼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동행하면서 실로와 벧엘을 거쳐서 동굴로 돌아오는 여행을 할 것이며, 또한 교회들이 주님의 승리들을 기념하는 깃발처럼 세워진 다른 장소들을 거쳐 올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마음으로부터 노래할 것이며, 실컷 눈물도 홀리고, 끊임없이 기도를 드릴 것입니다. 구주를 찌른 창으로 상함을 받은 우리는 서로에게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나는 내 영혼이 사랑하는 그분을 만났노라. 나는 그분을 붙들 것이고 그분을 결코 놓지 않으리라’ ”(4세기 교부 히에로무니스, Letter 46).
   왜 전 세계 많은 크리스천이 그렇게도 성지를 방문하는가? 그들이 성지를 돌아보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람을 구원하여 영생에 이르도록 하기 위하여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직접 더듬어 보고 싶은 열망이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하나님 아들이 성육신하신 자리와 그분이 흘리신 땀과 피의 현장을 직접 보고, 복음 전파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사도들과 초기 크리스천들의 희생정신과 열정을 배움으로 크리스천으로서의 삶의 자세를 새롭게 하고 싶은 소망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모든 크리스천의 여망-성지 연수
성지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나라는 단연코 그리스도께서 생애 하셨던 이스라엘이다. 한국인의 이스라엘 방문자 수는 매해 현저한 증가세를 보여 주었다. 2016년에 이스라엘을 찾은 한국인 방문자 수는 28,267명이었으나, 2017년에는 전년에 비해 무려 40%가 증가한 39,600여명에 달하였고, 2019년에 이르러서는 6만 명을 넘어섰다고 이스라엘 관광청이 밝혔다. 지난 2년간은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하여 성지 연수를 포함한 해외여행이 거의 멈추었으나 이제는 다시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공적 생애 전체는 선교를 위한 여행이었다. 크리스천들에게 있어서 그리스도와 사도 바울처럼 선교하러 여행을 다니는 일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선교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족이나 지인을 모셔 가는 여행, 곧 해외 선교 봉사와 선교지 방문은 명실공히 선교 여행이 될 것이다. 나아가서 성지 연수에 함께 참가함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선교 여행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는 성지에 함께 따라온 가족들이 현장에서 그리스도를 만나서 거듭나고 침례 받는 모습을 무수히 목격하였다.

성지 연수가 주는 유익
성지 연수에 참가함으로 얻는 유익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구속사의 현장에서 생생한 성령의 역사를 체험함으로 새로운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도록 촉구해 준다. 둘째, 성경의 지리, 역사, 고고학 등 그 배경에 대한 이해를 크게 증진시켜 주며, 성경 말씀을 더 깊이 연구함으로 확신 속에서 효과적으로 가르치도록 분발시켜 준다. 셋째, 세계 선교의 대사명(大司命)을 깨닫고 선교사적 삶을 실천하도록 도와준다. 넷째, 우리가 하늘을 향한 순례자임을 직시하게 해 줌으로 영적인 삶의 옷깃을 여미고 더욱 성화(聖化)되는 삶으로 이끌어 준다.

“갈릴리 바닷가에서 하룻밤만 자 보시오”
부모님들께서 성지 연수를 다녀오시도록 자녀들이 효심을 발휘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성지는 가능한 한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다녀오는 것이 좋다. 그 감동을 가지고 더 오랜 기간을 변화된 모습으로 선한 감화를 끼치면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 또한 자녀들에게 가능한 한 성지에 일찍 다녀오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면 일생에 큰 유익이 되고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며, 이는 최고의 교육적 투자가 되리라 확신한다.
   “갈릴리 바닷가에서 하룻밤만 자 보시오. 여비 같은 것은 생각도 안 날 터이니!” 삼육대학교 총장 재임 시 교직원을 위한 특별 성지 연수를 3년간 시행하도록 이끌었던 김기곤 교수의 표현이다. 이는 필자가 경비 때문에 성지 연수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늘 해 주는 말이기도 하다.

삶은 여행이다! 참으로 인생 전부가 여행으로 점철되어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시간과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이동하기에 여행이라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현세의 삶은 내세에서의 영원한 삶을 결정하는 시간 속의 이동이기에 여행이라 말하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삶과 불가분리적 공간의 이동, 곧 타지로 여행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그 의미를 더해 주면서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그 방안 가운데 하나가 성경의 땅을 돌아보면서 배우는 성지 연수인 것이다. 이에 독자 제위의 성지 연수 참가를 간곡히 독려하는 바이다!

윤병인
1992년부터 성지 연수를 36회 인솔해 온 성지 여행 전문가. 삼육대학교에서 [고대도시문명의 이해], [성경 지리와 고고학] 등을 가르쳐 왔다.

가정과 건강 7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