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살아간다는 것, 스스로 하는 아이로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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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엄마가 계속 잔소리를 해 가면서 아이들 옆에 딱 달라붙어 케어 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또 그런 걸 싫어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얼른 독립했으면 좋겠다고 늘 부부끼리 이야기해요.

스스로 하는 아이로 키우기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죠. 지금 중학생들도 교실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을 손에 꼽기 힘들거든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립심에 목표를 두고 아이들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 주고 있는 택이 엄마입니다. 언제까지 엄마가 계속 잔소리를 해 가면서 아이들 옆에 딱 달라붙어 케어 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또 그런 걸 싫어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얼른 독립했으면 좋겠다고 늘 부부끼리 이야기해요.부모의 최종 목표를 아이들의 자립에 두고 육아와 교육을 하고 있답니다.

1. 기초 생활 습관 잡기
가장 먼저 시도했던 일은 기초 생활 습관 잡기였어요.
저희 집 아이들은 침대 대신 바닥에 이부자리를 펴고 생활을 한답니다.
잠자기 전에는 제가 깔아 주고, 일어나서는 아이들이 정리를 해요.
모양이 예쁘거나 말거나 크게 괘념치는 않아요.
그저 아이들 스스로 했다는 사실에만 집중을 한답니다.

사실 뭐든 엄마, 아빠가 하면 빠르고 정확하죠.
하지만 언제까지나 아이들 뒤를 쫓아다니면서 해 줄 마음의 각오를 하고 계시나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어도 언제까지나 말이죠.
그럴 마음이 없으시다면 아이가 하는 일이 어설프고 느리고 때로는 엉망이어도 옆에서 지켜봐 주시고 무한한 칭찬을 해 주세요. 분명 아이는 스스로 해 나가면서 조금씩 발전할 것이고 그렇게 매일이 쌓여 아이의 미래가 될 거예요.
이제는 7살 둘째도 제법 반듯반듯 이불을 잘 정리하고 있고, 9살 첫째는 주말 아침 준비도 거뜬히 거드는 아이로 자라고 있답니다.

2. 집안일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앞에 기초 생활 습관 잡기랑 이어지는 부분이에요.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엄마가 아빠가 대신해 주지 마시고 그저 지켜봐 주세요.
될 수 있으면 집안일도 많이 시켜 주세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요즘 완두콩이 제철이에요.
얻어 온 완두콩이 봉지 가득이었는데 두 아들과 함께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완두콩 깔 때 나는 소리가 누가 더 큰지, 얼마나 상큼한지 이야기하고 떠들며 금세 깠답니다.

두 아이 모두 금요일 저녁에는 실내화를 빨아서 널고, 큰 택이는 혼자서 청소기도 돌릴 줄 알고 아침에 등교할 때 쓰레기를 묶어서 내놓으면 들고 가서 버린답니다.
앞으로도 집안일은 쭉~ 더 센 강도로 시키려고요.

3. 심심함을 선물하기: 공부를 놀이로 인식하는 환경 조성
공부라는 것이 어렵고 지겹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있다면 아이가 공부를 너무 싫어하게 될 거예요.
이렇게 자리 잡은 부정적 공부 감정은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꼭 명심하세요.
너무 어린 나이에 문자 교육, 학습지 등을 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어놀고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함께 책을 보고, 아이들끼리 놀면서 무언가를 하도록 내버려 두세요.

가장 좋은 선물은 심심함이에요.
아이들에게 심심함을 선물하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알아서 놀거리를 찾아내고, 공부도 노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될 거예요.
저희 집은 큰아이가 5살 때 영어 노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티브이를 보여 주지 않고 키웠어요.
그래서 딱히 아이들이 티브이를 보거나 핸드폰 영상을 보는 시간은 당연히 없었고 그 시간에 둘이 이렇게 책 보며 이야기를 만들고 꽁냥거리는 걸 좋아했어요.

책을 보다가 궁금한 건 둘이 이렇고 저렇고 이야기하며 풀어 나가다가 모르면 엄마, 아빠한테 물어보면서 자연스럽게 문자도 익히고 공부를 하게 되었지요.
이런 과정에서 두 아이는 공부는 어렵고 힘든 게 아니라 형, 동생과 함께, 엄마, 아빠와 함께 재미있게 했던 놀이라는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아이로 자랐답니다.

4. 스스로 공부하기
자립심을 키워 주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제공했더니 9살 큰 택이는 이제 제법 혼자 공부하는 게 매우 익숙하답니다. 요즘은 엄마를 따라서 6시면 일어나서 수학 문제부터 푸는 9살 아이랍니다.
수학 문제 풀 때 너무 재미있다고 하니, 뭐 말 다 했죠.

저는 아이에게 “영어 했니? 수학 했니? 일기 썼니?” 꼬치꼬치 확인해 가며 물어보지 않아요.

저녁 먹고 나서 “체크리스트 확인 한번 하고 놀까?” 한마디만 던집니다.
그럼 아이가 스스로 체크리스트에 색칠해 가면서 오늘 할 분량을 다 했다면 그다음은 무한한 자유 시간을 허락해요. 다 했으니깐 쉬어야죠. 놀아야죠.
그래야 또 공부할 힘이 나니까요!

종일 많은 양의 공부를 해낸다고 효율이 높지 않다는 것쯤은 우리 해 봐서 다 알잖아요!

아이를 믿고 지지해 주세요.
그러면 어느새 아이는 엄마, 아빠가 믿는 만큼 쑥~ 자라서 뭐든 스스로 해 나가는 자립심이 넘치는 아이로 자라게 될 거랍니다.

엄예정
지구를 사랑하는 환경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충청남도교육청 소속 10년 차 중등 과학 교사, 네이버 인플루언서, 브런치 작가

가정과 건강 12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