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역할, 이제 알고 마시자!

231

물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물은 인간의 몸의 50~70% 정도를 차지한다. 평균적으로 젊은 남성의 몸은 60%, 젊은 여성은 50% 정도가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신생아의 몸은 많게는 70~8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 70kg 성인을 기준으로 우리 몸에 약 40L의 물이 있는데 그중 2/3(약 25L)는 세포 안에 있고 1/3(약 15L)은 세포 밖에 있다. 세포 밖에 있는 물은 세포 사이에 약 2/3가 있고 나머지 1/3(약 5L)은 혈관 속에 혈액으로 존재한다. 혈액은 혈구 세포와 혈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약 3L 정도 되는 혈장의 95%는 물이다. 이렇듯 혈액과 세포 내외가 물로 구성되어 있어 우리 몸은 물 없이는 생명 활동을 이어 갈 수가 없다.

물의 역할과 이로운 점
그렇다면 물은 과연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물의 섭취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다음은 물의 주요 역할과 이로운 점들이다.

1. 물은 호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은 몸 구석구석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의 주요 성분이다. 우선 산소는 폐를 통해 모세 혈관 속 혈액 즉 98%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과 결합하거나 약 2%는 혈장 속 물에 용해되어 운반된다. 그런데 앞서 설명했듯이 약 5L의 혈액 중 3L는 혈장이요 나머지 혈구 세포 역시 세포 내에 물로 채워져 있다. 혈액의 흐름에 중요한 구성 요소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산소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에 결합되어 운반되지만 헤모글로빈이 직접 산소를 공기 중에서 뽑아 들이는 것은 아니다. 폐의 형태와 역할 등이 산소의 운반에 절묘하게 수행하고 있다.
   숨 쉬는 기관인 폐는 약 2~3억 개의 매우 작은 공기주머니인 폐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폐포를 둘러싼 모세 혈관을 통해 산소가 폐포에서 혈관으로 전달된다. 폐포의 표면에는 얇은 물로 된 막이 있고 계면 활성제가 함께 섞여 있다. 이 물에 녹아 드는 산소를 통해 혈액 속으로 전달된다. 또한 가로막의 움직임을 통해 폐로 들어온 공기는 별다른 노력 없이 폐포 밖으로 잘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때도 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풍선 같은 공기주머니인 폐포가 부풀려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데 탄력을 주는 역할로 탄력 섬유와 함께 폐포 표면의 얇은 물은 물의 표면 장력이라는 힘을 통해 수축하려는 힘을 보태어 공기를 빼내어 준다. 반면 계면 활성제가 이 물로 된 막에 고르게 분포하게 하여 표면 장력이 지나쳐 폐가 찌부러 들어 산소 공급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막는다. 이런 얇은 물의 막은 우리가 마시는 물의 1/4이 여기에 쓰일 정도로 중요하게 조절되고 있다. 그 조절 기전이 너무 절묘해서 건강한 사람은 그 양이 항상 일정하다. 하지만 너무 많으면 폐부종으로 저산소증에 빠지며 너무 모자라면 쉽게 마르게 되어 가래 등의 배출이 어렵게 된다.

2. 물은 관절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윤활막에서 관절액을 만들어 내고 또한 흡수하는데 이 관절 속에 있는 약간의 물이 연골이 부딪치지 않게 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 탈수는 또한 몸속 요산의 상승을 불러일으켜 통풍성 관절염을 악화 내지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물은 관절의 건강뿐 아니라 근육의 기능을 돕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근육은 76%가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탈수 상태에서는 기능이 떨어져 운동 시에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또한 노인들에게서 탈수는 근육 세포의 사멸과 근육의 감소를 가져와 종국에는 근육의 위축과 기능 저하를 부를 수 있다.
   쿠션 역할은 관절뿐 아니라 뇌와 척추 등 다른 조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뇌척수액은 시간당 25cc의 비율로 하루에 500cc씩 만들어지며 또한 지속적으로 흡수된다. 그리하여 125~150cc의 뇌척수액이 항상 남아서 역할을 하게 된다. 1.4~1.5kg이나 되는 뇌는 이 뇌척수액이라는 물이 없었다면 그 무게를 못 견디고 주저앉아 극심한 통증을 만들거나 약간의 움직임에도 주변의 뼈와 부딪혀 큰 손상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뇌를 감싸고 있는 뇌척수액이라는 물의 부력으로 인해 보호되고 지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부력과 보호 작용 외에도 또한 뇌의 대사산물로 나오는 여러 노폐물을 씻어 혈액으로 보내 청소하는 중요한 작용을 한다. 한편 물이 부족하여 탈수 상태가 되면 뇌는 쪼그라들고 뇌척수액은 늘어나는 상태가 된다. 그리하여 뇌의 기능은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노인에게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3. 물은 또한 침과 점액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보통 침은 매일 1.5L나 만들어지는데 음식을 먹거나 삼킬 때 또는 말할 때 입안에서 윤활 작용을 한다. 침이 줄어들면 입안에 염증이 잘 생기며 삼키는 것도 어려워진다. 침은 음식을 부드럽게 하고 또한 최초로 소화 작용을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침 속에 녹은 물질을 통해 맛을 느끼는 감각에 자극을 전달하는 매개가 된다. 또한 침이 줄면 충치가 쉽게 생기고 잇몸질환이 생기기 쉽다.
   물이 물론 침샘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입에서부터 시작하여 항문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소화 기관의 통로를 걸쳐 물은 분비되고 흡수된다. 침샘뿐 아니라 위장, 소장, 췌장, 간에서 분비되는 물이 약 8L에 이른다. 하루 동안 마시는 물 1~2L와 합한다면 약 10L에 이르는 물이 장속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이 물들이 음식물을 불리고 부드럽게 하며 소화를 잘 시킬 수 있게 돕고 분해된 영양분을 녹아들게 하며 세포로 흡수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물론 이 물이 장 밖으로 다 흘러 배출되어 버린다면 우리가 종일 화장실에 앉아 설사를 쏟아 내야 하겠지만 다행히 창조주께서 기막히게 이 물을 흡수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놓으셨다. 약 6.7~7.6m 정도 되는 소장은 펼치면 흡수 면적이 테니스 코트만 해지는데 이 소장이 80~90%의 물을 영양분이나 이온 등과 함께 흡수한다. 남은 10%(약 1L)는 대장에서 대부분 흡수되며 최종적으로는 100cc 정도가 대변과 함께 배출된다.

4. 물이 영양분과 미네랄의 흡수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의 각 세포에서 나온 노폐물의 배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과 함께 노폐물이 배출되는 주요 기관은 신장(콩팥)인데 길이 10cm, 넓이 5cm, 두께 3cm의 강낭콩 모양의 이 작은 기관은 피를 걸러 내는 실타래 모양의 작은 사구체를 통해 하루에 무려 180L 정도의 물을 걸러 낸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콩팥 한 개당 사구체는 100만 개 정도씩 있으며 180L의 양이면 분당 100~120cc의 물을 계속 거르는 셈이며 매일 혈액 속의 약 3L의 혈장을 거의 60회가량 씻어 내는 것과 같다. 물론 이렇게 많은 물이 몸 밖으로 계속 빠져나간다면 살 수가 없을 것이다. 노폐물을 빠른 속도로 제거하기 위해 이렇게 먼저 많은 양을 걸러 낸 뒤 우리 몸은 물과 중요한 영양분 등을 다시 흡수하며 최종적으로 약 1.5L의 물만 소변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하루에 한두 번 우리가 샤워하며 몸 밖을 씻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몸과 피를 60번이나 꼼꼼히 지속적으로 깨끗하게 하시는 창조주의 섭리를 보노라면 우리가 보는 삶 너머 하나님께서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동안 어떻게 우리를 돌보고 “오빌의 금”처럼 정결케 하시려 애쓰시는지 잔잔한 감동으로 깨닫게 된다. 노폐물을 거르는 데 이렇게 다량의 물이 필요한 것을 보면 물의 부족은 콩팥의 건강에도 좋을 것이 없다는 게 자명해진다. 점점 더 많은 증거가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콩팥 기능의 보호에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5. 물은 체온 조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은 다른 물질에 비해 비열이 커서 온도를 상승시키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든다. 이런 특징은 우리 몸의 세포 안에서 물이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대항해 버퍼(완충제)로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물의 특징 외에도 우리 몸은 더울 때는 말초 혈관을 확장하여 혈액을 몸의 표면으로 많이 보내 열을 담고 있는 물이 열을 방출하도록 하기도 하며 반대로 추울 때는 말초 혈관을 수축시켜 체온을 보존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폐나 피부의 땀샘으로 물이 증발하는 작용을 통해 체온을 떨어뜨려 열로 인한 체온 상승을 막기도 한다.

6. 물은 혈압을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우리 몸의 혈액은 성인의 경우 약 5L 정도 존재한다. 그중 약 3L 정도가 혈장으로 대부분이 물이다. 따라서 우리 몸에 적절한 수분이 섭취될 때 심장은 박동하여 효과적으로 피를 온몸으로 보낼 수 있다. 만일 물이 부족하여 탈수 상태가 된다면 혈압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기립성 저혈압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여름날 비 온 뒤 시원한 계곡에 가 본 적이 있는가? 맑고 시원한 물줄기가 마음속까지 깨끗하게 해 주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러나 가물 때 계곡은 전혀 반대다. 여기저기 악취와 쓰레기로 몸살을 앓을 때도 있다. 우리 몸에도 그런 계곡 같은 곳이 있다. 콩팥에서 방광으로 이어지는 요로계가 바로 그것이다. 수분이 적절하게 공급되는 정상 상태에서는 콩팥에서 소변으로 노폐물을 시원하게 배설한다. 그러나 체내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심할 경우 콩팥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게 된다. 방광 역시 끊임없이 씻어 내리는 작용을 하는 충분한 물의 공급이 없을 때 병원균의 침입을 받기 더 쉽다. ‘깨끗한 물은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를 물론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훌륭한 축복이다. 물을 적당하게 사용하는 것은 건강을 증진시킨다.’(식생활과 음식물에 관한 권면, 419)는 조언은 예나 지금이나 유효하다.

강기훈
내과 전문의, 오남강내과 원장

가정과 건강 4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