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와 무선 이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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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져 가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공감 능력을 키우고, 전화나 문자 혹은 기타 SNS를 통해 이웃과 소통하기보다 직접 대면하여 만나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긍정적인 마음과 태도로 대한다면,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은 사라지고 마음에 자리한 불안감도 점차 사그라들 것이다.

점점 더 외롭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외로움의 문제는 더 악화되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 자가 격리, 비대면, 비접촉, 사회적 거리 두기, 대화 자제, 재택근무 등 이러한 단어들은 지난 3년여 동안 우리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표현들이다. 사람들 사이에 전파되고 확산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대책들이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여 얼굴의 절반 이상을 덮어 코와 입을 가렸다. 게다가 우리는 무선 이어폰이나 무선 헤드셋을 착용하여 귀마저 가리고 자기만의 음악 세계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을 도처에서 보았다. 이뿐 아니라 모자와 선글라스까지 착용하면 도대체 누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다. 주거 형태도 혼자서 사용하는 원룸 거주자가 크게 늘었고, ‘혼밥’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혼자서 밥을 먹으며 생활하는 1인 가구도 크게 늘었다. 스마트폰 화면은 봐야 하니 눈을 제외하고 코, 입, 귀 그리고 마음까지 가린 채 사회와 단절하고 지낸 시간이 점차 길어졌다. 이처럼 코로나19 대유행이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지속되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더 많아지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되고 만다. 특히 노년층이 느끼는 외로움은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 노년 남성의 15%는 2주 동안 다른 사람과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지낸다고 한다(Loneliness among the elderly: Apolitical 18 March, 2019). 의학 기술의 발달과 의약의 발달로 인해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노인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배우자와 사별하고 혼자가 된 노인을 예전처럼 자녀들이 모시지 않기 때문에 독거노인의 증가는 불가피한 사회 현상이 되고 말았다. 미국 UC 어바인 의료센터 정신의학과 수석 레지던트인 프랜시 브로그해머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외로움으로 인해 살 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끼게 된 한 환자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38세 남성인 W 씨는 최근 부모가 사망하고 실업과 금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가까운 친구도 없었고 집도 없이 지내 왔는데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은 아마도 그가 기르던 반려견(그에게 남은 유일한 친구)을 잃은 일이었던 것 같다. W 씨는 반려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나를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누군가로 보는 유일한 존재였습니다. 나는 공원에서 잠을 잡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나를 주인 없는 개만도 못하게 생각하지요. 나는 인간 이하예요. 제 처지가 돼 보시면 알겠지만 아무도 제게 신경 쓰지 않아요. 제가 키우던 개만큼은 예외였죠. 녀석은 나를 좋아했어요. 제 평생 목표가 그 사랑에 보답하는 거였어요. 이제 녀석이 세상을 떠났으니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처럼 오늘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생쥐의 공격성
사람이 깊은 외로움과 절망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다른 사람에 대하여 쉽게 질투하거나 시기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책망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마음도 늘 불안한 상태에 빠져든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멀리하니 공감 능력도 떨어지고, 더 무례하며 공격적인 성향을 띠게 된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여러 뉴스 매체나 SNS를 통해 사람들의 폭력성이 크게 증가한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하철 열차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다른 승객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휘두르며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이의 동영상을 본 일이 있다. 최근에는 퇴근길 지하철 열차 안에서 한 승객이 “휴대전화 소리를 좀 줄여 달라!”고 하자, 30대 여성이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휘둘러 승객 3명이 다치는 사건도 있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어느 실험에서 겨우 3개월 된 생쥐를 4주 동안 우리 안에 홀로 가두어 두었다. 4주가 지난 후, 새로운 생쥐를 우리 안에 넣었다. 처음에는 초기 탐색 활동 패턴을 보이더니, 갑자기 놀라운 태도로 돌변했다. 뒷다리로 서서 꼬리를 세우더니 새로운 생쥐를 난폭하게 물어뜯고는 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렸다. 연구자들은 단순히 다른 생쥐의 등장만으로 촉발된 난폭하고 맹렬한 이 싸움을 영상에 담았다. 연구자들은 전에도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거의 모든 사례에서 생쥐는 고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새로운 생쥐에게 더 공격적으로 굴었다(출처: 『고립의 시대』, 노리나 허츠). 이로 보아 사람들도 수년, 수개월에 걸친 사회적 격리와 봉쇄, 고립의 영향으로 다분히 공격성과 적대감이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우리 곁을 지나가는 사람을 언제라도 다시 볼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분명 그 사람에게 조금 무례해도 괜찮다고 느낀다고 한다. 가령 지나가다 부딪혔을 때 사과를 하지 않는다거나 문손잡이를 붙잡고 서서 기다려 주지 않는 등 익명성이 보장되면, 사람들은 더 무례하고 더 무뚝뚝해지며 불친절한 행동이나 적대적인 행동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
이제 드디어 코로나19 대유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에서 궁지에 몰린 신하 에드가는 “슬픔을 나눌 동료가 있고, 함께 견딜 친구가 있다면 마음은 많은 고통을 쉽게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깊어져 가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공감 능력을 키우고, 전화나 문자 혹은 기타 SNS를 통해 이웃과 소통하기보다 직접 대면하여 만나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긍정적인 마음과 태도로 대한다면,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은 사라지고 마음에 자리한 불안감도 점차 사그라들 것이다. 성경 말씀 가운데 선지자 이사야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이사야 41장 10절)며 우리 곁에 함께하실 것을 약속하셨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결코 버려지거나 잊혀진 존재도 아니다. 예수께서도 이 위태로운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친히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태복음 28장 20절)며, 끊임없이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위대한 분이시다. 지금까지 힘겨운 외로움의 시간을 잘 견뎌 냈으니, 이제 모두 함께 살아가는 밝은 희망의 세상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자!

박재만
본사 편집국장

가정과 건강 5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