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나 목사의 정치적 공개 행위 … “반대”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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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이 주최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발표회’에서 정재영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최근 발표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중에 눈에 띄는 항목이 있었다. 바로 교회와 정치의 관계를 묻는 질문이었다. 근래 일부 개신교 목사들이 광장의 한복판에 서서 정치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여서 주목된다.

기윤실은 2008년 이후 6회에 걸쳐 한국 교회 신뢰도를 조사했다. 기본 문항은 동일하게 구성했지만, 시대의 흐름이나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 따라 몇 개의 문항을 변경해왔다. 올해는 종교인의 현실 정치 참여 등 교회와 정치 관련 이슈들이 유독 많이 부각되면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추가했다.

기윤실이 이처럼 교회와 연관한 정치적 민감성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에는 종교인 과세 문제와 함께 종교기관 및 종교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찬반을 물었고, 2017년에는 대선 시국에서 기독교의 역할과 이념성향 등을 질문했다. 2020년에도 목사의 정치 참여에 관한 질문을 추가한 바 있다.

이번 조사 결과 교회의 정치 참여와 관련해 우리 국민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목사의 정치 발언이나 활동에 대해 83.2%가 반대 의견이었고, 70% 이상이 사적이든 공적이든 목사의 정치적 발언 및 참여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목사들이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초청해 기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수가 거부감을 보였다. 개신교인이 정치적 집회에 십자가 혹은 기독교 단체 이름이 적힌 팻말 등을 들고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70% 가까운 응답자가 반대했다.

■ 교회와 목사의 정치적 참여
Q. 교회 혹은 목사가 정치적 이슈에 대해 발언이나 찬반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회 혹은 목사가 정치적 이슈에 대해 공개 발언하거나 활동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식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다. 반대 의견(별로+전혀)이 83.2%로 찬성 의견(약간+매우) 13.2%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국민 5명 중 4명 이상은 교회나 목사의 정치 참여를 원하지 않는 모양새다. 나이가 많을수록 그리고 이념 성향이 진보적일수록 반대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자신은 종교를 갖고 있다고 밝힌 무종교인은 무려 90.2%가 반대했다.

기윤실은 이와 관련 “국민 다수는 교회나 목사의 직접적인 정치 활동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개신교인들은 75.2%의 반대 의견으로 평균보다 약간 낮게 나왔다. 이것은 개신교인 가운데 보수 성향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부는 성경의 가르침에 기초해 소신껏 정치적 발언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목사의 정치적 참여 허용 정도
Q. 목사가 정치적 문제에 어느 정도까지 발언 혹은 참여해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목사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 우리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사적이든, 공적이든 어떤 상황에서도 목사의 정치적 발언이나 참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 20% 이하만 목사의 정치적 발언과 참여가 문제가 없다고 응답했다. 전반적으로 목사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세부 항목별 응답률을 보면 ‘개인적인 자리나 모임 혹은 본인 SNS에서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72.1%가 문제가 있다고 봤다. 문제 없다는 답변은 22.5%였다. 6.3%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신자 혹은 교인과의 자리나 모임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81.5%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 없다는 13.0%에 불과했다. 5.4%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목사가 유튜브나 팟캐스트에 공개하는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는 81.3%가 문제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 없다는 13.4%였으며,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5.4%였다. 설교나 예배 혹은 공식적인 모임에서 하는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는 85%가 문제 있다고 했다. 문제 없다는 10.2%, 잘 모르겠다는 4.8%였다.

목사가 개인 혹은 집단적으로 기자회견을 하거나 성명서를 발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82.0%가 부정적으로 봤다. 11.7%는 문제 없다고 했으며, 6.3%는 잘 모르겠다고 답을 미뤘다. 목사가 정치적 집회나 활동에 참여하는 행위를 두고는 83.1%가 문제 있다고 했다. 단, 11.3%는 문제 없다고 봤으며, 5.6%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기윤실 측은 “목회자들의 정치적 발언이나 참여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기독교인의 정치적 집회 참여
Q. 기독교인들이 정치적 집회에 십자가 혹은 기독교 단체 이름이 적힌 팻말 등을 들고 참여하는 것에 대해 어떤 감정이 드실 것 같습니까?

기독교인의 정치적 집회 참여에 대해 어떠한 감정이 드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69.2%가 ‘거부감 있다’(약간+매우)을 표했다. ‘거부감 없다’는 답변은 26.7%에 그쳤다. 집회 참여에 대한 의견은 종교별로 차이를 보였다. 개신교인은 가톨릭, 불교, 무종교인에 비해 36.2%가 거부감 없다고 답했다.

기윤실은 이와 관련 “목회자에 대해서만큼은 아니지만, 개신교 신자라도 종교색을 갖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에 대해서도 무종교인들은 더 많은 72.4%가 반대하였지만, 개신교인은 62.6%만 반대하여 인식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해석했다.

흥미로운 것은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기독교인들의 정치 참여에 거부감이 없어지는 경향성이 보이는 것이다. 60대 이상은 기독교인의 집회 참여를 79.3%가 즉, 5명 중 4명은 반대하고 있지만, 20대는 절반가량인 52.6%만 거부감을 느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 종교사회학)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여성보다 남성들의 긍정 의견이 많았고, 젊을수록 긍정 의견이 많은 경향을 나타냈다. 진보 성향에서도 목회자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보수 성향에 비해 반대 의견이 더 많았는데 기독교인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보수 성향보다 찬성 의견이 더 많았다. 또한 한국 교회를 신뢰하는 사람 중에서도 찬성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교회 지도자 또는 성직자로서 목회자의 정치 참여는 부정적으로 보지만 시민으로서 개신교인들의 정치 참여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된다. 정치 이슈에 따라서 입장이 다를 수는 있지만, 목회자가 아닌 일반 신자들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종교별 정치적 이념 이미지 평가
Q. 귀하께서는 종교가 정치적으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각 종교마다 정치적으로 어떤 이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보는지 질문한 결과, 기독교는 보수(매우+약간 보수적) 39.7%, 중도 22.4%, 진보(약간+매우 진보적) 23.0%로 3개 종교 가운데 가장 보수적 색채가 강했다.

가톨릭은 보수(매우+약간 보수적) 13.4%, 중도 34.5%, 진보(약간+매우 진보적) 36.3%로 가장 진보적 태도를 가진 종교로 평가받았다. 불교는 보수(매우+약간 보수적) 27.5%, 중도 42.5%, 진보(약간+매우 진보적) 14.2%로 가장 중도적 이미지의 종교로 응답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보수적이라고 여겨져 온 불교보다 개신교가 더 보수적인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확인된 것이 매우 특징적이다.

개신교인 스스로 개신교가 보수라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으며, 자기 자신에 대해 이념적으로 보수적(매우+약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3.6%여서 가톨릭(28.4%)이나 불교(23.4%)보다 훨씬 높았다. 매우 보수적이라는 응답이 10.8%로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