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채식 라이프를 위한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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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채식주의자입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의아해하거나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채식하는 사람을 균형 잡힌 식습관을 추구하며, 환경을 보전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진정한 가치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채식을 선언하다
지금이야 건강과 환경뿐 아니라 생명 존중 등의 이유로 채식하는 것이 하나의 트랜드가 되었지만, 채식을 하는 남자 친구를 통해 채식을 접한 2007년만 해도 채식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채식을 왜 하는데?’ 혹은 ‘참 유별나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된장찌개에 고기를 빼 달라고 그야말로 특별 주문이라도 하면, 그냥 고기를 건지고 먹으면 될 것 아니냐는 퉁명스러운 말을 듣는 것도 각오해야 했다. 그만큼 채식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거의 없던 시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식품 공학을 전공하고 있던 나에게도 채식은 낯선 개념이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의 반응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 고백하건데, 사실 나 또한 그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적잖은 부담이 되었던 적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던 차에 운명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나에게 피부병이 생긴 것이다. 당시 여름이었는데도 피부에 두드러기가 심하게 나서 혼자 긴팔을 입고 다닐 정도로 심한 상태였다. 밤이면 밤새 엄마한테 등을 긁어 달라고 하고 가려워서 잠도 못 잤다. 피부과에서는 처방전만 내줄 뿐 아무런 설명조차 없었다. 처방받은 약이 너무 독한 것이라 권유하지 않는다는 약사의 말을 듣고 망연자실 빈손으로 약국을 나왔다. 그때 남자친구가 나에게 채식을 권했다. 의사도 약사도 아닌 그는 육식을 완전히 끊고 채식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가 시키는 대로 해 보았다. 우선 물을 많이 마시고 식단에 변화를 주었다. 신기하게 2주 정도 지나자 점점 두드러기가 사라지고 밤에도 잠을 편하게 잘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채식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채식을 하겠노라고 선언했다!

채식으로 영양소를 보충하는 방법
처음 내가 채식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골고루 먹어야지 편식하면 안 된다.’, ‘고기를 안 먹으면 기운이 없다.’ 등…심지어 의사들마저도 지나친 채식은 위험한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채식을 하게 되면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여러 논문에서도 채식을 할 경우 Vitamin B12, Vitamin D, Omega3 Fatty Acids, Calcium, Iron 그리고 Zinc의 부족으로 인하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채식은 건강에 전혀 문제 되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 몸을 더 활력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나는 영양학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여러 자료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2013년이 되어서야 나에게 채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채식을 하게 되면 어떤 특정 영양소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채식을 통해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법이 있다. 다음에 나오는 내용은 많은 사람이 가장 우려하는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비타민 B12는 임신기와 수유기 동안 특히 요구되는 영양소로, 주된 급원 식품은 동물성 식품이다. 엽산의 대사를 위해 필수적인 이 영양소가 부족하게 되면 태아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채식하는 임산부는 반드시 챙겨야 하는 영양소이다. 유제품이나 계란이 비타민 B12의 급원이 되지만, 비타민 B12는 미생물에 의해 합성되기 때문에 비건 채식주의자에게는 대두 발효 식품도 좋은 급원이 될 수 있다. 그 외에 1인 1회 섭취 분량당 비타민 B12 함량이 높은 식품으로는 생파래와 김이 있다.
   영양 보조제나 유제품, 강화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비건 그룹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사실은 이들 가운데서 비타민 D의 섭취가 현저하게 낮으며 골밀도 감소 등의 현상이 보고된다는 것이다. 비타민 D는 뼈의 건강 유지뿐 아니라 면역체 기능, 염증의 완화, 만성 질환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비타민 D의 경우 대부분 태양에 노출될 때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분히 태양에 노출되지 못하는 겨울철에는 비타민 D 함유 식품인 버섯류 섭취를 권장한다.
   오메가3 지방산은 건강한 심혈관과 유아의 시기능과 신경계 발달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채식을 하는 경우 오메가3와 EPA, DHA의 혈중 수치가 낮게 나오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는 데 있어 특정한 미세 조류가 DHA의 좋은 급원이 된다. 또한 갈조류 오일은 EPA의 급원이 될 수 있다.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칼슘을 줄이기 위해서 허브 시즈닝의 사용을 권장한다. 그리고 옥살레이트가 낮은 녹색 채소와 참깨, 아몬드 등을 섭취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연구 논문의 저자들은 신선한 과일과 야채, 통곡식, 콩, 견과류들을 섭취하게 되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춘다고 조언한다. 또한 채식을 하게 되면 지방 함량이 높은 고기가 몸에 들어오지 않아 인체의 각 세포와 혈관에 지방 축적이 중지되어 살이 빠지기도 한다. 올바른 채식을 하면서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파이토케미칼이 인체에 부족함 없이 공급되어 세포와 혈관 속의 지방을 연소시켜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즉 지방을 태워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성분인 각종 비타민, 파이토케미칼, 항산화제 등이 채소, 곡류, 견과류, 해조류를 통해 몸에 유입되면서 몸 안에 쌓여 있던 지방이 제거되는 것이다. 따라서 채식은 만성 질활을 감소시켜 주며, BMI value도 낮춰 주는 등 건강에 좋은 식습관임에 틀림이 없다.

채식 라이프가 상식이 된 시대
우리는 식품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한다. 그동안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의 종류와 양에 대해 많은 과학적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영양소의 필요량에 대한 섭취 기준이 설정되었다. 1940년대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영양 결핍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양을 의미하는 영양 권장량(Recommended Dietary Allowance, RDA)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영양 부족으로 인한 건강 문제보다는 영양 불균형 및 과잉 섭취로 인한 만성 질환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새로운 개념의 영양소 섭취 기준(Dietary Reference Intakes, DRIs)을 마련하였다. 2020년에는 특정한 영양소에 대해 만성 질환 위험 감소를 위한 섭취 기준(CDRR, Chronic Disease Risk Reduction intake)을 설정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시도에서 이제는 영양 결핍보다는 영양 과잉으로 인한 문제에 더 촉각을 세우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채식주의자입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의아해하거나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채식하는 사람을 균형 잡힌 식습관을 추구하며, 환경을 보전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진정한 가치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정재희
중앙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 공학을 전공하였다. 졸업 후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 식품과 꽃차 및 한방 약차를 연구하고 있다

가정과 건강 7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