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홍준의 삼육동 통신] 청춘의 독서⑦ 김정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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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대 김정미 굣는 자신에게 독서란 ‘스승’이라며 어떤 책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중요성을 강조한다.
삼육대학교 홍보팀은 인터뷰 기획 <청춘의 독서>를 연재한다. 삼육대 교수들이 청춘 시절 품었던 고민과 의문, 희망 혹은 사랑 같은 것들을 ‘독서’라는 화두로 풀어보는 인터뷰 코너다.

코너 이름인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 작가의 동명 저작에서 따왔다. 하지만 기획 의도는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p.141)는 문장에 보다 가깝다.

청춘은 느닷없이 지나가 버렸지만, 저들의 인생에 여전히 깊고 뚜렷한 흔적으로 남아있는 ‘책’에 관해 묻는다. 그리고 그 대답을 함께 나눈다.

이 대화가 삶의 갈림길에 선 삼육동의 청춘들뿐 아니라, <재림마을> 가족에게도 유의미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여겨 해당 기사를 여기 공유한다. – 편집자 주 -  

▲ 교수님께 독서란 무엇인가요?
– 저에게 독서란 ‘스승’이에요. 살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그리고 방향을 설정할 때, 그동안 읽었던 책에서 비롯된 가치관이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이정표가 되어주는 거죠. 그리고 매 순간의 선택이 모여서 지금의 나와 내 삶의 양식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영향을 받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크게 달라지죠. 그런 면에서 독서란 제게 스승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청춘시절 읽었던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요?
– 제가 91학번인데요. 당시에는 동아리나 학과 선배들이 갓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대학생이 꼭 읽어야 하는 책’ 이런 리스트를 출력해서 나눠주는 문화가 있었어요. 리스트에는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조정래의 <아리랑> <태백산맥> 이런 책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학과 선배들은 <딥스>, <한 아이> 이런 유아교육에서 고전이라고 하는 책들을 소개해줬죠.

리스트를 쭉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 있었는데,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었어요. 책 제목이 좀 그렇죠?(웃음) 대학생이 됐으니 이제 남자친구 사귀는 법 좀 배우고, 데이트하는 법, 연애 잘하는 법 알려주는 책인가 싶어서 서점에 가서 제일 먼저 샀어요. 그런데 제 기대와는 달리 너무 어려운 책이었어요. 수준 높은 철학 서적이었고,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어서 한 3분의 1 정도 읽다가 그냥 책을 덮고 책장에 꽂아 놨어요.

그러다 나중에 대학을 거의 졸업할 때쯤 우연히 다시 꺼내 읽게 됐어요. 대학 생활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연애에 실패도 해보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그 어려운 문장들이 무슨 말인지 다 이해가 되고, 가슴을 파고들더라고요. 그 이후로 밑줄을 그으면서 정말 여러 번 정독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랑이란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나의 태도다’ ‘사랑도 배워야 한다’ ‘사랑이란 받는 것이 아니라 내 기쁨, 내 지식, 내 유머, 내 생명력을 다른 사람한테 나눠주는 것이다’. 이런 문장들이 참 와 닿았어요. 에리히 프롬이 사랑에 있어서는 저에게 첫 스승이 되어준 거죠.

또 선배들이 줬던 리스트에서 대하소설은 학기 중에는 읽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2학년 여름방학 내내 학교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읽었어요. <아리랑> <태백산맥> <삼국지> 이런 대하소설을 읽으면서 그 세계에 푹 빠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홍준의 삼육동 통신 – 청춘의 독서⑦ 김정미 교수

▲ 최근에는 어떤 책을 많이 읽으시나요?
– 최근에는 책보다는 보고서를 많이 읽는 것 같아요. 그래도 사회적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문을 구독해서 매일 아침 보고 있어요. 학부 때 은사님께서 신문읽기를 강조하셨어요. 전문적인 교육학자가 되려면 사회적 눈을 갖고 어떤 이슈에 대해 교육적으로 진단하고 해결책을 고민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신문을 읽어야 한다고요. 그때부터 신문읽기에 관심을 갖게 됐죠.

저는 문화나 사회면 기사, 서평, 칼럼을 좋아해요. 그래서 신문을 맨 뒷장부터 거꾸로 읽어요. 서평을 보면서 관심이 가는 책은 찾아서 읽기도 하고요. 특히 칼럼은 같은 사회적 이슈를 두고도 필자가 어떤 전문 분야에 있는 사람이냐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르고 제안하는 해결책이 다르잖아요. 그렇게 신문을 보면서 통찰력을 얻고, 사회를 바라보는 균형 있는 시각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물론 수업에도 많이 활용하고요.

▲ 올해 초부터 우리 대학 교육혁신단 단장을 맡고 계십니다. 교육혁신단은 어떤 기관인가요?
– 교육혁신단은 우리 대학에 참신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교수학습개발센터, 비교과통합센터, 데이터기반질관리센터, 디지털러닝센터 크게 4개 센터로 구성되어 있어요. 센터별로 여러 연구교수와 석·박사연구원, 행정직원이 상주하면서 다양한 교수-학습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먼저 ‘교수학습개발센터’는 학생들의 학습과 교수님들의 교수법을 좀 더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돕는 부서예요. ‘비교과통합센터’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센터예요. 그리고 ‘데이터기반질관리센터’는 실제 질 좋은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부서입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러닝센터는 교육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누구나 새로운 분야의 일을 맡게 되면,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잖아요. 그럴 때 책부터 잡는 사람이 있고, 잘 알만한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자료를 수집하기도 하고요. 교수님은 주로 어떤 방법으로 스터디를 하시는 편인가요?
–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죠. 관련 분야의 책을 읽기도 하고, 컨퍼런스나 학회에 참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다른 대학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양한 케이스를 벤치마킹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이후에는 결국 제가 일할 곳의 구성원과 함께 협력하고 협의해가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뜻이 맞는 분들과 소그룹을 만들어서 함께 공부하는 방식을 선호해요. 소그룹에서는 어떤 책을 읽기도 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모아서 토론과 토의를 하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어떤 변화나 개혁이라는 것은 결국 나 혼자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과 함께해야 하는 거잖아요. 협력자가 필요하고, 함께 이 일을 고민하면서 과정을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가주는 동역자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최근 교육혁신단장을 맡고 나서 몇몇 교수님들과 삼육대학교의 교육이념과 역사를 연구하는 소모임을 꾸렸어요. 교육이념은 명문화된 개념은 있지만, 그 깊은 뜻이 무엇일까 함께 공부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있어요. 또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이정표를 찾는 과정이죠. 조금 거창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모임을 통해 교육혁신의 방향성을 함께 찾아가고 있어요.


하홍준의 삼육동 통신 – 청춘의 독서⑦ 김정미 교수

▲ 짧은 기간이지만, 방향성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찾으셨을 것 같은데요. 조금 이야기해주신다면.
– 여러 혁신대학의 케이스 스터디를 하면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Arizona State University)과 서던어드벤티스트대학(Southern Adventist University)의 사례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애리조나주립대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혁신대학으로 잘 알려져 있죠. 서던어드벤티스트대는 우리 대학과 자매대학이면서 규모나 교육이념, 커리큘럼이 유사해서 참고할 부분이 많았어요.

두 대학의 가장 큰 공통점은 대학의 설립 이념이나 철학을 모든 교육과 행정에 효과적으로 녹여내고 있다는 것이에요. 구성원 누구에게 물어봐도 교육이념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 이념을 본인이 진행하는 수업이나, 행정 업무에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모든 구성원이 같은 비전을 갖고 한 방향으로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거예요.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말을 했어요. 저는 혁신대학들의 사례를 보면서, ‘가장 삼육적인 것이 가장 혁신적인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슴에 새기게 됐어요.

가장 우리다운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가진 정체성이나 가치들을 다시 한번 깊이 연구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교육과 행정에 반영해서 정합성 있는, 조화롭고 통일감 있는 교육을 운영할 것인가, 이런 것에 관심을 두고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 교육혁신단을 운영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고, 아직 탐색해 가는 과정입니다.”

▲ 교육혁신단은 우리 대학의 디지털교육을 총괄하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논의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전문가들은 사회 전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재난 이후 대학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대학교육의 미래는 어떻게 보십니까?
– 실존주의 교육철학자인 마르틴 부버는 <나와 너>에서 “교육은 ‘나와 너’의 인격적 만남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라고 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한 방향으로 전달하는 것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지요. 인격과 인격이 만나 서로가 깊이 있게 융화하고 조화하면서 하나 되고, 인격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 그 자체가 교육이에요. 그렇기에 어떤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대면 교육을 근본적으로 대체할 수는 없을 거예요.

다만, 대학 현장에서 디지털은 ‘대체재’가 아닌 좋은 ‘보완재’로서 활용될 거라고 봐요. 예컨대 교육혁신단은 2017년부터 ‘MVP 혁신교수법’이라는 교육모형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전 교과목으로 확산하고 있어요. 이론 강의는 온라인으로 예습하고, 강의실에서는 함께 토의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을 기반으로 하는 교수법인데, 이 교수법은 디지털 활용을 전제로 합니다.

또한 교육혁신단은 이번 온라인 개강 이후 2+1 교육모형을 개발했어요. 학생들이 LMS에 업로드된 강의를 2시간 동안 듣고, 이후 1시간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접속해 교수와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함께 토의하고, 발표하는 방식이에요. 물론 대면수업만큼은 아니지만, 온라인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소통과 상호작용이 이뤄지면서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어요.

저 역시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전환은 분명 가속화될 것이라고 봐요.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으로 모든 대면 교육을 대체하진 못할 겁니다. ‘만남의 교육’과 ‘디지털 교육’은 서로가 서로에게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서 함께 발전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