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코로나 시대, 교회의 공공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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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식 목사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고난과 재난에 응답하는 공공적이고 책임 있는 교단으로서의 역할을 주목했다.
코로나가 변화시킨 사회, 그리고 재림교회의 공공성에 대해

주형식 목사(동중한합회 묵동교회 담임목사)

지난 4월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이제껏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이며, 그 영향은 가히 엄청난 것이었다. 또한 이 사태는 무섭게 우리 사회를 변모시키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19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벌어질 세상의 급격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뉴욕타임즈는 사설을 통해 “세계는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우리는 달라진 일상을 살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었고, 일상에서 더 이상 악수를 하지 않는다. 교회가 아닌 컴퓨터와 TV 앞에서 예배를 드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예배당에서도 거리를 두고 앉는다. 코로나19 사태는 재림성도에게 있어서도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혼란에 더해, 지금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사상초유의 ‘온라인 가정예배’를 드리게 됐다.

언젠가 “일요일 휴업령”이나 “야곱의 환란”을 겪으면 교회에 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미래에 대한 예언적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바이러스로 인해 교회에 갈 수 없는 날이 오다니! 이 사태는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고, 당황하게 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된 데에는 ‘신천지’의 영향이 매우 컸다. 교주 이만희 씨의 공개적 사과가 있었지만, 이 집단이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였음이 드러나면서 어떤 식으로든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이 집단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특히 국민들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가족관계를 끊으면서까지 비이성적이고 비정통적인 종교적 가르침에 빠지는 실상을 미디어로 접하며, 또한 이 집단의 폐쇄적 운영과 비합리적 포교 방식을 알게 되면서 이러한 반사회적 특성을 가진 ‘신천지’에 대해 분노하게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대한 방역당국의 호소가 시작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신천지’에서 ‘기성교회의 예배강행’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민적 근심이 커져가는 가운데, 기성 교회의 예배강행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었고, 교회와 기독교에 대한 성토와 비난이 연일 이어졌다.

공공철학자인 이사가키 히사가즈 박사는 국가주도의 ‘공’과 개인적인 ‘사’의 중간지대인 ‘공공’의 시민영역을 확장하는 일이 필요한데, 여기가 종교의 공적 기여가 필요한 지점이라고 보았다. 그는 ‘공공성’이란 “열려 있는 것, 관심을 공유하는 것과 더불어 자기에게 회수할 수 없는 ‘타자성’이 작용하고 있다”라고 정의했는데, 이것이 신천지와 같은 사교집단과 다른 신앙공동체의 사회적 역할이라 할 수 있다.

타자에 대한 공감능력과 자기 성찰을 통해 공공의 영역이 있는 교회가 ‘공’과 ‘사’의 영역으로 그 영향력을 확산시켜 주님께서 명하신 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며, 우리의 모습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는 “그리스도의 대사”(고후 5:20)가 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 할 수 있다.

전염병은 우리 사회가 눈감아온 병폐들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펼치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고립돼 있으면서도 서로 혐오하고 배제하는 모습도 목격된다.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무한 연기된 채용시험에 공부할 곳조차 폐쇄된 취업준비생, 일하는 부모의 갈 곳 없는 아이들, 세상은 더 살기 어려워졌고, 소외된 이들은 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종교계는 구원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질병의 매개체가 되었고, 이 사태가 끝나더라도 병폐는 다시 잠재된 채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마스크 사재기로 자기 주머니만 챙기려는 상업적 이기주의, 가족과 동료를 버려도 자기 구원만은 챙기려는 사이비 종교의 이기주의,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곳에만 보다 많은 재난 기금을 챙기려는 지역적 이기주의 등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민낯을 드러낸다. 여기에 교회도 이 이기적인 현실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고 있다.

교회 밖의 국민들에게 있어서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는 공공성을 포기하고, 사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종교단체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종교적 정통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사적인 유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인식되기에, ‘신천지나 기성교회들이나 우리가 볼 때는 다 똑같은 이단’이라는 인식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되었다.

필자는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랄만한 게시물을 발견했다. 그것은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할 무렵, 한국연합회가 발표한 ‘예배에 대한 한시적 권고문’에 대한 게시물이었다. 개신교의 대형 교회들이 예배를 강행하고 있는데 반해,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본부에서는 교회들에게 이런 지침을 내렸다고 하는 글이었다.

이 게시물들에 대한 댓글 반응은 놀라왔다. “무교인 나에게는 이런 종교가 정통으로 보인다” “이 교회가 정상이 아닌가?” “이번 코로나가 그나마 정상적인 종교 판별기다”

이런 댓글을 보면서 잠시 흐뭇하기도 했지만, 차마 글로는 옮길 수 없는 기성 교회를 향한 수많은 비난과 욕설로 가득한 댓글을 보면서 오늘날 기독교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한국 사회의 종교적 지형은 매우 강렬하다. 많은 통계자료를 통해 한국 사회가 탈종교화되어 가고 있고, 특히 기성 교회에서 이탈하는 이들이 증가한다는 보고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의 국면에서 한국 사회의 전면에 등장한 가장 강력한 단위 중 하나가 종교이다.

신천지뿐만 아니라 연일 종교단체의 대처에 대한 언론 보도가 넘쳐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에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공적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국가적 위기에서 개신교회가 보여준 공공성의 역할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대실패라 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는 개신교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더욱 차갑고 엄혹하게 만들었다. 교회는 공공성을 잃고 기존 교인들의 결속을 강화하는 단계, 즉 섹트(Sect)화가 가속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많은 개신교계 학자들의 진단이다.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는 지난 2월 마지막 안식일부터 두 달간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텅 빈 본당에서 빈 의자를 바라보고 설교를 하면서, “예배란 무엇인가?” 아니 더 나아가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다. 그러던 중에 한 시골 교회 목회자의 기도문을 보고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주님,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로 모이는 교회를 막으시는 것은 그동안 교회가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전혀 감당하지 못한 채 자기들끼리 모이는 일에만 힘 쓴 것에 대한 벌처럼 느껴집니다. 우리의 믿음의 현장이 교회가 아닌 세상임을 알려주시는 주님의 교훈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교회보다 교회 밖에서 더 빛나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우리가 모두 다시 노력하게 하여 주십시오. 주님이 가르쳐 주신 것처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교회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텅 빈 예배당에서 하나님께 예배하며 그동안 저희의 부족함을 고백합니다”

코로나 사태는 ‘초(超)연결사회’였던 세계를 ‘장벽사회’로 퇴행되도록 이끌고 있다. 위험국면에 직면하니 저마다 자국 중심, 자기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으며, 배타성이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 변화가 벌어지는 현장 속에서 교회는 어떻게 세상을 향한 본연의 사명을 다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신천지가 세상에 폭로되고, 개신교회가 사회적 냉소의 시선을 받는 이 시기에, 재림교회와 재림성도는 선한 이웃으로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초대 교회는 예루살렘이라는 한정적 지역에서 모이기를 힘쓰는 교회였다. 하지만 핍박이라는 상황이 성도들로 하여금 예루살렘을 떠나 유대 및 사마리아를 넘어 땅 끝까지 복음을 증거하도록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로 이어진 것을 사도행전은 보여주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하시기에 현재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이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통해 하나님의 교회가 오히려 도전으로 여기고 하나님나라의 확장과 선교의 지경을 넓혀가기를 소망하고 계시다. 그러므로 우리는 코로나 이후의 변화된 사회 속에서 더욱 세상 속으로 아름답고 선한 이웃으로서, 그리고 복된 진리를 가지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과거 재림교회는 공공성의 측면에서 사실 취약한 교회였다. 소위 ‘잠수함교회’라는 자조 섞인 별명처럼, 지역주민들에게 있어서 어디에 있는지, 건물은 있는데 뭐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그러한 인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단 차원에서 모든 교회가 합력하여 적극적으로 TMI(Total Membership Involvement)사업과 COI(Center of Influence)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봉사하는 사역을 몇 년 전부터 힘써오고 있다.

필자가 사역하는 교회도 예배일을 제외하면 문이 굳게 닫혀있던 교회에서 지난해 작은 도서관을 개관하면서 언제나 지역주민들이 와서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서 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교회들이 사랑의 마스크 보내기운동을 전개하고, 청결제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전하는 아름다운 일들을 펼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재림교회는 이제 각 교회들마다 아름답게 꽃피우기 시작한 공공성 사역에 더욱 주력하여 지역사회에서 선한 이웃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국가적,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예배와 교육, 봉사 등 대내외적인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교단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 역시 필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재림교회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재림교회가 지닌 공적 책임을 생각하면서, 사회적 섬김, 사회적 고난과 재난에 응답하는 공공적이고 책임 있는 교단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연구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고난의 자리에 찾아가서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어주고, 잃어버린 한 영혼의 생명을 가장 귀하게 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삶으로 나타내어 선하고 아름다운 감화력을 증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비록 코로나 사태라는 재난 속에 있지만, 이를 통해 하나님의 진리교회가 진리교회됨을 이뤄가는 재림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