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고, 확진자의 ‘7일 격리의무’를 완전 권고로 전환하는 등 사실상 코로나 엔데믹을 발표하는 순간, 누구보다 유심히 언론보도를 지켜본 인물이 있다.
바로 삼육서울병원 이수련 간호사다.
온 국민이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사태로 힘들어하던 2021년 여름, 음압병실에 격리돼 치료를 받던 치매할머니를 위해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그림퍼즐을 맞추는 사진으로 깊은 감동을 선사한 주인공이다.
그는 ‘팬데믹의 한가운데 서 있던 의료인으로서 정부 발표를 듣던 순간 기분이 어땠냐’는 질문에 “처음 위드코로나가 시작됐을 때도 정말 감회가 새로웠는데, 엔데믹 뉴스를 보고는 코로나 사태가 막 시작했을 때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말로는 표현이 안 될 만큼 감회가 새롭고, 기뻤다”고 소회를 밝혔다.
3년4개월 간의 팬데믹 기간을 돌아보는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이 간호사는 “코로나 격리병동에서 근무할 당시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었던 시기였는데, 이제 모든 사람이 일정 수준 이상의 면역력을 갖게 되고, 엔데믹 체제를 맞이하게 돼 기분이 새롭고 신기하다”고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어 말 그대로 공포스러운 시간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언제 그랬었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활짝 웃었다.
그러나 일상을 되찾기까지 길고 힘든 세월이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통제 지침에 익숙해져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졌던 시간이 있었고, Level D를 입고 환자를 보던 자신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며 반대로 Level D를 입은 의료진에게 도움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함께 수고하고 짐을 나눴던 동료 의료인에게 전하는 메시지에도 ‘울림’이 담겼다.
“같이 격리 병동에서 근무했던 선생님들이 지금은 각자의 길을 찾아 함께 있지는 않지만, 어디에 있든 ‘정말 이런 날도 오네요’라며 서로 위로의 말 한마디씩 건네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런 사태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어떤 점을 개선해 대비해야 할지 물었다.
이수련 간호사는 “아무래도 현장에서는 적정 환자수 배치가 가장 중요한데, 이에 충분한 간호인력 자체가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아쉬워하며 “코로나 사태 이후 간호사 교육 및 역량 강화를 통해 또 다른 감염병 유행 시 전문인력으로 활용하자는 개선안이 나왔는데, 우선 간호법이 제정되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엔데믹에 들어섰지만,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닌 상황. 여전히 하루 1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일상에서의 개인위생과 공중보건은 계속 중요하다. 인터뷰를 마치며 의료인으로서 우리 사회와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를 물었다.
“아쉽지만, 우리는 예전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코로나가 우리를 변화시켰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전염병 유행 시기에 개인위생과 공중보건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만약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면, 그 상황에 우리가 변화하고 적응해 나아간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한편, 이수련 간호사는 KBS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화제를 모았던 사진 촬영 당시의 경험담과 기억에 남는 환자 등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했다.
‘방호복 화투’는 사투였다…이수련 간호사의 엔데믹 [뉴스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