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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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할 때 두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건강입니다. 은퇴 후 두 번째 중요한 문제는 재정적 안정입니다.

은퇴는 새로운 자리로의 승진이다
호주에서 은퇴를 홍보하는 문구 중에 위와 같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 번 곱씹어 봐도 멋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은퇴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인 정년이 되어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직장을 떠나는 것’이며 이것이 전통적인 은퇴의 개념입니다. 영어로는 retirement라고 하는데 이 말은 retire, 즉 타이어를 새로 갈아 끼고 다시 달린다는 개념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새롭게 참여할 앞으로의 삶의 방식에 때로는 은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와이스(Weiss)는 그의 저서 『은퇴의 경험(The Experience of Retirement)』(2005)에서 은퇴를 세 가지 방식으로 정의했습니다. 첫째, 경제적 정의에 따르면 노령자가 유급 근로를 그만둔 것을 의미합니다. 둘째, 사회학적 정의에 따르면 누군가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용인되는 나이에 이르렀다는 의미입니다. 셋째, 심리학적 정의에 따르면 개인이 스스로 은퇴했다고 인정하는 때를 의미합니다. 사실 은퇴를 승진이라고 묘사하면 어떤 방식으로 정의하건 이 단계가 긍정적이고 활동적이고 도전으로 가득 찬 단계라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은퇴: 심리학으로 말하다』, 로젠탈과 무어 지음, 신영경 역, 돌배나무(2021) 참조>

나의 은퇴 경험
저는 34년간 교직 생활을 하다가 2021년 2월 말에 정년 퇴임을 하였습니다. 주위의 선배님들이 정년 퇴임을 한 후 잠시라도 시간 강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실 때도 저는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사실 만 65세에 퇴임을 했다면 상당히 누릴 만큼 누린 좋은 조건의 은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별생각 없이 정년을 맞이했습니다. ‘경험보다 더 좋은 선생님은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막상 은퇴가 어떤 것인지 직접 경험을 해 보면서 저는 2021년 1학기 몇 개월 동안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왜 힘들었을까요?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4년간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다니던 곳을 어느 날부터 갑자기 안 가니 우선 삶의 리듬이 깨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나는 왜 어느 날부터 이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자괴감이 들면서 우울함까지 느꼈다면 지나친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 34년간 사용하던 연구실과 실험실을 깨끗이 청소해서 새로 부임하신 교수님에게 돌려주고, 그동안 정들었던 컴퓨터와 실험 기기들을 반납하고 그동안 함께했던 수많은 책 중 일부는 도서관에 기증하고, 상당 부분은 버리고 나머지는 집으로 가져가며 정리하니 어느 정도 은퇴가 실감이 났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그제서야 은퇴 후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우울증에 걸린다는 현실을 진정 이해하게 되었으며 그런 생각들을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선험적인 사실을 통해 은퇴한 후에 가질 수 있는 우울함과 소외감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은퇴를 미리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에게 최소한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이 부족한 글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은퇴 그 후의 나의 대안
한 학기의 힘든 시행착오를 거친 저의 연착륙(softlanding) 은퇴 대안을 몇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학교 근처에 조그마한 임대 사무실을 하나 얻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공간이 주는 즐거움과 위안에 대해 너무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바빴기 때문에 제가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잊고 살았습니다. 지난 날 정말 여유 없이 살았나 봅니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저 혼자 마음대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때로 졸리면 책상에 엎드려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전에는 감사하다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이제 은퇴를 하고 제가 공간을 직접 구하고 보니 그동안 제가 누려 왔던 것들에 대해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연구와 강의 준비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2) 학과에서 주는 시간 강의를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할지는 모르지만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은퇴의 힘든 시간을 잘 메꾸어 준 강의를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현재는 학과 교수님들이 먼저 선택하시고 남는 강의 중, 제가 할 수 있는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받은 강사료를 사무실 임대료에 충당하고 있으며 지금 계획으로는 사무실 임대는 강사료를 받을 때까지만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 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석을 하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예배, 금요일 저녁 예배, 안식일 예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신앙생활을 지속적으로 해 오기는 했지만, 믿음 생활이 은퇴에 심리적, 정신적으로 이렇게 도움이 되리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때로는 우울함을 경험할 때에도, 소외감을 느낄 때에도, 자존감이 낮아질 때에도, 신앙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이렇게 크게 작용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4) 건강을 위해 새벽에 열심히 걷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새벽 공기를 마주하는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겁습니다. 은퇴 후의 건강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실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상시에 건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합입니다.
(5) 그리고 늘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갑작스러운 일 혹은 예기치 않은 일들도 간혹 마주치게 됩니다. 여러 재정적인 문제, 인간관계의 힘든 일들, 기타 여러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 생길 때에 우선적으로 저는 모든 문제를 내려놓으려고 노력합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었지만 계속 훈련을 하니 가능하게 되더군요. 그래도 잘 안 되면 그다음 단계로 기도를 합니다. 요즘 이런 훈련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내가 다시 은퇴를 경험하게 된다면?
은퇴할 때 두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건강입니다. 은퇴 후의 건강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건강이 나빠져 할 수 없이 은퇴를 하기도 하며, 은퇴 후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 건강을 지키려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사실 노화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건강상의 위험입니다. 은퇴 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째, 매일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뭐든지 열심히 참여하기 바랍니다. 둘째,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해야 합니다. 셋째, 충분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각자의 생활 습관에 맞게 선택해서 하면 됩니다.
   은퇴 후 두 번째 중요한 문제는 재정적 안정입니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상당수의 은퇴자에게는 재정적, 심리적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은퇴자가 노후에 의지할 수 있는 충분한 저축, 퇴직 연금이나 기초 연금 없이 은퇴 후 단계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런 재정적 스트레스는 은퇴자들에게 많은 부정적 결과를 안겨 주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변화가 생기거나, 실제 건강의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은퇴 전 여러 고민과 아이디어를 통해 해결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리 은퇴 적금을 들어 놓거나, 노후에 필요한 집의 크기를 줄여 이사를 계획하고 그에 따른 잉여금을 생활비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입니다. 또한 보험을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은퇴는 새로운 자리로의 승진이다
얼마 전 우연히 우리 학교 기독교수회 모임에 갔는데 제 근황에 대해 물어보길래, 이 얘기 저 얘기하면서 젊은 후배 교수님들에게 은퇴 준비를 잘하라고 했더니 그 말이 잘 와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당연히 그럴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은퇴 시기가 되어야 관심이 생기는 문제니까요. 그런데 사실 은퇴 문제에 정답은 없습니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환경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해답도 다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퇴는 인생에서의 충분한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를 가지고 두 번째 삶을 살 수 있는 선물 같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건강과 행복을 영위하며 즐겁고 행복한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잘해서 활력 있고 즐거운 여생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은퇴가 새로운 자리로의 승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정과 건강 8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