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채식을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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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는 사과 한 개가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라는 격언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닙니다. 자연식품에는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충분히 담고 있습니다. 오직 채소, 과일, 곡물 등 자연에서 얻은 음식만이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정화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채식’을 하고 있습니까?
어떻게 채식을 해야 건강할 수 있을까요? 이 말은 채식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건강을 유지할 수도, 반대로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사람이 건강을 목적으로 채식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과연 건강에 도움이 될지 의문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전히 단백질 섭취에 얽매여 있거나, 채식을 하면 영양소가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영양제 복용에 애쓰는 분들이 계십니다. 또 비건 인증이 붙어 있거나 식물성이라고 하면 뭐든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가공식품을 서슴없이 구매하는 분도 있습니다. 샐러드 위주로만 식사하다가 탈이 난 분들도 있고, 여전히 탄수화물은 살을 찌운다는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어 밥은 아주 조금만 먹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겉보기에는 채식을 잘 실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건강한 채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방식으로는 채식을 오래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채식’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의미에만 집중해서 채식을 실천한 왜곡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채식이 우리나라의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배경은 다름 아닌 동물권 보호였습니다. 채식은 고통받는 동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채식을 건강을 위한 음식으로써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진짜 채식에 대해 생각해 볼 차례입니다.

채식이라는 낯선 세상
채식을 할 때 특별히 정해진 방법은 없습니다. 사실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알려진 적이 거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황성수 박사님의 ‘현미 채식’이나, 존 맥두걸 박사와 같은 해외 채식 전문가들의 저서에서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신뢰할 수 있는 실험 결과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채식을 소개했기 때문에 채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건강하고 오랫동안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채식에 깊은 관심이 없다면 그런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죠. 사실 채식은 단순히 채소로 된 음식을 먹는 일인데 굳이 고지식하게 ‘채식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까지 찾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채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채식을 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앞서 언급한 전문가들의 저서나 영상 등을 접해 보지 못했던 분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래서 채식의 영양학적 지식이나 건강한 식습관 측면에서 채식이 갖는 가치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채식을 꼭 배워야 할까요? 저는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방식의 채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샐러드와 같은 생야채 위주로만 먹으면 배가 아프고 쓰릴 수 있습니다. 또한 샐러드는 칼로리가 너무 낮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허기가 지며 온몸에 힘이 빠지고 무기력해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생야채의 쓴맛이 입맛을 해쳐 오히려 채식을 멀리하게 될 수 있습니다. 채식은 언뜻 보면 익숙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많은 사람에게는 난생처음 경험하는 당황스럽고도 낯선 세계입니다. 그리고 채식에 대한 정보는 우리가 건강을 위해 먹어야 할 음식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기초적인 채식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의 식문화와 식품 환경에 맞게 해석해야 합니다. 즉 이를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부터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단하고 명확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건강을 위한 채식의 정의
우선 채식의 정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정의에 따라서 건강을 위해 먹어야 할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채식을 윤리적인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육식의 반대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건강에 좋지 않은 식물성 가공식품까지 섭취의 대상으로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식물성’이라는 광고 문구에 무분별하게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어떠한 목적으로 채식을 시작하든 채식은 반드시 건강을 전제로 한 생존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채식이 음식과 생존 수단으로의 가치를 가지려면 그 기준은 우리 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몸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음식이야말로 생존 수단으로 의미 있는 채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채식의 정의는 바로 ‘자연식품’입니다. 인류 생존의 역사는 음식으로의 자연식품의 가치를 입증해 왔습니다. ‘매일 먹는 사과 한 개가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라는 격언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닙니다. 자연식품에는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충분히 담고 있습니다. 오직 채소, 과일, 곡물 등 자연에서 얻은 음식만이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정화할 수 있습니다.

멀리해야 할 음식
채식의 정의를 알았다면 아예 먹지 않거나 혹은 되도록 적게 섭취해야 할 음식이 정해집니다. 그것은 바로 ‘가공식품’입니다. 가공식품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음식입니다. 자연의 식재료를 사용한다고 하지만 수많은 가공 과정을 거치고 식품 첨가물이 더해지면서 더 이상 자연식품이라고 부를 수 없는 제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에 없는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 몸은 그것을 독소로 인식합니다. 이렇게 우리 몸에 독소가 쌓이면 체중이 증가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성인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죠. 또한 ‘순식물성’ 혹은 ‘비건’이라는 문구가 식품 포장지에 크게 적혀 있다고 하더라도 동물권 보호의 측면에서만 의미가 있을 뿐 제2의 자연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 몸은 자연에 없는 음식을 거부합니다. 건강한 채식을 위한 적합한 가공식품은 두부나 도토리묵처럼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식품입니다.

약이 되는 쌀과 나물
혹시 ‘곡물 다이어트’라고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이는 황성수 박사님의 ‘현미 채식’을 말합니다. 자연 식물식 전문가인 존 맥두걸 박사는 곡물 다이어트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주장합니다. 쌀에 포함된 녹말은 자연 상태의 탄수화물입니다. 쌀의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일상생활을 위한 활동 에너지원으로 바로 소모되며 두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입니다. 특히 현미에는 비타민, 각종 영양소 그리고 식이 섬유가 풍부하여 체지방을 소모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백미는 식이 섬유가 부족하여 쉽게 소화되고 허기가 금방 느껴지지만 현미는 식이 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에 혈당을 서서히 올리며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줍니다. 심지어 정서적인 안정감도 제공하기 때문에 쌀 중에서도 현미는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입니다. 쌀뿐 아니라 나물 반찬도 건강한 채식을 실천하는 데 큰도움이 됩니다. 한국에서 먹는 나물들은 식물도 감에서 약초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과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나물, 취나물, 쑥갓 등이 모두 약으로 쓰일 정도의 탁월한 유효성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히포크라테스가 ‘음식이 약이 되게 하고, 약이 음식이 되게 하라.’고 말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에서 얻는 음식을 가까이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건강을 지켜 준다는 뜻입니다. 히포크라테스가 만약 한국인이었다면 ‘한국의 전통적인 식사에 굉장히 열광하지 않았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해 봅니다.

   현대인이 건강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자연에서 멀어진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채식을 한다고 해도 자연의 음식에 관심이 없다면 몸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채식은 현대인의 잘못된 식습관을 성찰하고 반성할 기회를 제공하는 식단입니다.

홍승권
채식 요리 연구가, 작가

가정과 건강 10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