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요법의 과거와 현재: 1800년대 미국의 상황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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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점까지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 또는 연속적으로 항생 물질에 대한 내성을 획득해 가는 병원성 미생물(코로나 바이러스)과의 전투에 있어서 더 효과가 강하면서도 부작용은 현저히 적은 약물을 활용하기 위해 ‘신약’은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1800년대 초반 미국의 의사들은 전염병을 포함한 주요 질병의 원인에 대한 정보를 거의 가지고 있지 못했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당시의 의사들은 위험한 유행성 질병을 앓는 환자들을 위해 유의미한 의학적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수의 의학 교습소가 설립되어 6개월에서 9개월의 학습 및 훈련 과정만 이수하면 의사(medical doctor) 면허를 발급하던 시절이었다. 오늘날의 기준에 비추어 보면 질병의 원인과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원칙들에 대한 정보조차 거의 없었다. 인체의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영양학적 지식과 위생 수칙에 대한 무지, 적절하지 못한 약물 요법 등으로 인해 모든 국민이 고통을 당하곤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대의 저명한 종교 저술가이자 건강 교육자였던 엘렌 G. 화잇(Ellen G. White, 1827~1915)이 그녀의 저서에서 묘사한 당시 행해지던 약물 요법의 실상은 문제점 그 자체였다. 화잇의 묘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의약품이 지상의 거민들을 저주해 왔고 수천수만의 생명을 일찍 무덤으로 몰고 갔다.”라고 하였다. 당시에 의약품으로 사용되던 약물의 속성에 대한 묘사는 ‘생명력을 파괴하고 없애 버린다, 자연의 회복시키는 힘을 마비시킨다, 사망을 가져온다, 질병을 고치지 않는다, 저주이다, 술이나 모르핀 중독 습관의 기초를 놓는다, 질병의 치료에 필요하지 않다, 어떤 것들은 신경 조직을 파괴하고 마비시키는 것들이다,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지속적으로 남긴다’ 등과 같았다.

1850년경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39.4세에 불과했는데 이는 오늘날 80세를 훨씬 넘는 평균 수명에 비하면 현저히 낮았음을 알 수 있다. 당시의 약물 요법에 대한 위와 같은 언급은 1800년대 세계의 의료 및 약학의 학술적 수준 및 환경, 시대적 배경으로 보아 적합한 언급이었음에 틀림없다. 당시 미국에서 사용되던 소위 ‘특효약’이라는 것들은 오늘날 대부분 극약 내지 독약, 마약으로 분류되는 약물이었다. 예를 들면 스트리키닌(strychnin)과 같은 신경 흥분 독성 성분을 함유한 극약성 약초류, 수은(칼로멜, 감홍), 토주석, 납, 비소 등의 각종 유해 금속류, 질산은 등의 피부 부식제, 대표적 마약인 아편, 모르핀, 헤로인 등이 의약품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당시의 의학 저널에도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치료제는 독약이다. 결과적으로 약물 투여는 환자의 생명력(vitality)을 감소시킨다.’ 등의 기록이 서술되어 있었다. 이러한 어둡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종교 저술가이자 건강 교육자였던 화잇은 보건 의료의 황무지에서 금주, 금연, 복장 개혁, 식생활 개선, 건강 교육 및 의료 기관 설립 등 전인적 건강을 위한 폭넓은 활동을 전개하였다. 화잇은 저술과 강연을 통하여 예방 의학적 지식의 실천을 강조하였고, 예방 접종의 의학적 효과를 인정하였다. 수술과 마취의 필요성 및 효과를 인정하였고, 수혈의 효과 및 가능성에 대해 인정하였으며, X-ray 치료의 지혜로운 사용에 대해 인정하였다. 그녀는 약초의 치료적 사용에 대해 인정하였으며, 키니네(quinine)를 의학적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였고, 현대식 의과 대학의 설립을 장려하는 놀라운 선각자적 행보를 보여 주었다. 물론 일부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긴 하나 화잇이 서술한 ‘의약 과학에 대한 빛의 점진성’에 대한 이해가 없이 당시의 시대적 기별에 근거하여 현대 약물 요법조차 무조건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음은 극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오늘날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의약품들은 당시의 약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고, 그 효능과 부작용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는 물질들이다. 물론 발병 후 약물 치료를 시행하는 것보다는 예방 의학적 원리의 실천을 통해 질병을 예방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약물 치료를 꼭 시행해야 할 때 자연 요법이나 기타의 보완 대체 요법에 매달림으로써 치료의 적정 시기를 놓쳐 심지어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행 약물 요법의 문제점은 항생제의 장기 투여 시 균교대증, 세균의 내성 획득 등과 같은 문제, 천식 치료에서의 부신 피질 호르몬제 사용 시의 문제점, 항암 화학 요법제의 사용 등 몇 가지 대표적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대증 치료적 개념, 약물 자체의 다양한 작용 즉 목적하는 치료 작용 이외에 나타나는 부작용(유해 작용)에 의한 피해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약물 과학의 발전에 의해 부작용이 극소화되면서도 치료 작용이 탁월한, 안전한 약물의 개발이 요망된다. 질병에 대한 관점 즉 대증 요법적 약물 사용이 아니라 예방 의학적 원리에 근거한 확장된 약물 요법 전략의 개발 – 예를 들면 체내에 음식물을 통한 영양 공급과 영양 성분의 분포, 대사, 배설에 관여하는 과정의 이상을 바로잡아 주는 방법 – 등이 필요할 것이다. 현시점까지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 또는 연속적으로 항생 물질에 대한 내성을 획득해 가는 병원성 미생물(이 시대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등)과의 전투에 있어서 더 효과가 강하면서도 부작용은 현저히 적은 약물을 활용하기 위해 ‘신약’은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새롭게 만들어진 신약 후보 물질이 인체의 질병을 예방 혹은 치료함에 있어서 효과적인지, 유해 작용은 덜 나타나는지 조사해 보기 위해 임상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정밀하고 정확하게 행하는 연구를 ‘임상 시험’이라 부른다. 21세기에 인체의 질병 치료를 위해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의약품은 195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개발된 약물들로서 이러한 의약품들과 과거에 개발되어 유효한 것으로 간주되던 의약품들도 주기적인 약효 재평가 과정 등을 통해 확실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담보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의료 현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현대의 약물 요법은 이렇게 철저한 과정을 거쳐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안전 규제 장치가 작동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충재
현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약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약학 석사(약리학), 서울대학교 대학원 약학 박사(약리학), 미국 University of Maryland at Baltimore 연구원,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 교환 교수

가정과 건강 8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