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작은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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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즐거움은 단순합니다. 피천득은 수필 『나의 사랑하는 생활』에서 호주머니에 군밤을 넣고 길을 걸으며 먹는 것을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이어령도 『삶의 광택』이라는 수필에서 나무 책상에 마른걸레질을 해서 광택이 날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저는 저를 위한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었는데 바로 ‘즐거운 인생, 즐거운 선생’입니다. 같은 글자 수, 비슷한 발음의 반복으로 리듬감이 생김과 동시에 즐거운 것이 좋다는 핵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생도 즐거워야 하고, 직업인 선생 노릇 하 는 것도 즐거워야 하니까요.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그것이 참으로 단순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미국의 유명한 시인은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시에서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라고 했습니다.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바로 그게 즐거움이지요. 건강에 좋다고 콩을 먹기 싫어도 억지로 먹을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어른들에게도 그러니 어린이들에게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런데 건강에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만상을 찌푸리며 억지로 그걸 씹어 삼키면 무슨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 콩 하나 더 먹고 안 먹고 뭐 그리 건강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까요? 콩 하나 더 먹는다고 눈에 띄게 건강해지고, 하나 안 먹으면 쓰러지는 정도는 아니잖아요. 그걸 몸에 좋다고 억지로 먹는 것보다는 몸에 좀 나빠도 마음에 더 좋은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훨씬 더 즐거울 것입니다. 살찌고 건강에 해로운 아이스크림이라지만 우리가 그것을 매일매일 배가 터질 때까지 먹진 않을 거잖아요. 기껏해야 하루 한두 개 정도겠지요. 그런데 겨우 그것 갖고 죄책감을 느끼면서 먹을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오늘 한 개 더 먹으면 내일 한 개 덜 먹으면 되는 정도겠지요. 그렇게 아등바등 살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단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단것을 먹고 나서는 반드시 빠르게 양치질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야 건강한 이로 그 좋아하는 것의 맛을 음미하면서 오래도록 먹을 수 있다고요. 이가 썩으면 그 천상의 맛도 잘 느낄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오래도록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도록 먹고 나서 꼭 이를 잘 닦기를 권합니다.

  삶의 즐거움은 단순합니다. 피천득은 수필 『나의 사랑하는 생활』에서 호주머니에 군밤을 넣고 길을 걸으며 먹는 것을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이어령도 『삶의 광택』이라는 수필에서 나무 책상에 마른걸레질을 해서 광택이 날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그런 단순한 즐거움이 아주 많을 것입니다. 평소에 생각을 잘 안 해서 놓치고 있는 게 더 많아서 그렇지요.

  급식에 맛있는 것이 나오면 정말 즐거운 일이지요. 먹는 즐거움은 무엇보다 클 것입니다. 가끔 부모님이 치킨이나 피자, 햄버거 같은 것을 사 주시면 즐겁게 먹으면 됩니다. 몸에 안 좋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집밥을 더 많이 먹을 거니까 괜찮을 겁니다. 그리고 뭐가 있을까요? 게임? 운동? 놀이? 다 좋지만 독서는 어떨까요? 아니 독서가 지겹지 무슨 즐거움이 있을까 싶나요?

  독서는 혼자 스스로 깨닫는 깊이 있는 즐거움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 텔레비전을 보거나 스마트 기기 등으로 요즘 유행하는 짧은 영상 같은 것을 즐기는 것이 훨씬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런 영상들은 내 생각을 개입 할 여지를 주지 않아요. 그래서 머리가 멍해져서 바보상자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책을 펼치고 그 안에 빠지면 내 생각이 생생하게 겹치며 즐거움이 더 커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책 안에 있는 그림과 글자들은 내 안에 와서 무언가를 만들고 움직여요. 당장 그 재미를 알기는 어렵겠지만 몇 번 해 보면 쉽게 깨닫게 될 거예요.

  즐거운 인생을 누리는 즐거움 안에는 즐거운 독서가 있습니다. 독서가 있어서 콩보다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도 이렇게 재미있게 알게 되잖아요. 영상을 두 번 봤으면 한 번 정도는 책을 펼쳐 봅시다.

김민중

대구 월배초등학교 교사

가정과 건강 8월호 제공